순수 전기차급 정숙성·가속성…디테일도 '살아있네'
309마력 럭셔리한 주행감
세심한 배려 '천생 일본차'
터치 감응 스위치는 호불호
일본 도요타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인 '렉서스'의 위치는 애매하다. 많은 판매량을 노리는 볼륨 브랜드라 하기엔 신차 가격이 1억원 안팎이다.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라 하기엔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하는 느낌이 있다. 물론 한국 시장을 기준으로 봤을 때 얘기다.
이러한 편견을 갖고 렉서스가 지난 6월 출시한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뉴 제너레이션 RX'를 시승했다. 신형 RX 중에서도 터보 엔진 하이브리드 모델인 'RX 500h F 스포츠 퍼포먼스'를 탔다.
하이브리드 전동화 모델임을 알고 탔지만, 주행을 시작한 순간 '이 차가 전기차였던가?'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RX 500h의 정숙성·가속성은 잘 만든 전기차를 떠올리게 했다. 정숙 주행은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의 결합 덕분이며, 주행 성능은 바이폴라 니켈-메탈 배터리의 영향이다. 바이폴라 니켈-메탈 배터리는 고출력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시스템 총출력 249ps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것이 2.5ℓ 직렬 4기통 자연 흡기 엔진과 합쳐지면 시스템 총출력은 309ps가 된다. 주행 성능은 확실히 럭셔리했다.
컬러에 따라 고급스러움이 증폭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지만, 외장 디자인도 럭셔리다. 신형 RX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 없는 새로운 '심리스' 타입 그릴이 적용됐으며, 이에 맞춰 L자 모양 주간 주행등도 날렵하고 매끄러운 선으로 다듬어졌다. 전면 후드를 높이고 볼륨감도 더했다. 트렁크 용량은 612ℓ다.
운전석에 앉으면 14인치 터치형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렉서스는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는 고해상도 TFT LCD가 적용돼 뛰어난 시의성과 가독성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너무 커서 럭셔리함이 덜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렉서스 RX는 일본 차답게 디테일에 강했다. 전체 공조 시스템과 관계없이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마다 풍향·풍속을 조절할 수 있었다. 문쪽에 빛을 비춰 컴컴한 주차장에서도 문·창문을 여닫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과도한 디테일로 인한 불편함도 있었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연동된 터치 감응형 스위치가 탑재돼 있다. 스위치 위에 손가락만 올려도 HUD에 메뉴가 뜨는데, 운전 시 자주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운전자라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기능이다.
연비는 고급스럽기보단 착했다. 서울 강북~판교를 왕복했는데 연료 게이지가 한 칸도 안 줄었다. 수치로 보면 RX 500h 복합연비는 10㎞/ℓ로 하이브리드 차 치곤 좋은 편은 아니다. RX 350h 럭셔리가 13.6㎞/ℓ, RX450h+ 럭셔리가 14㎞/ℓ로 훨씬 낫다. RX 500h F 스포츠 퍼포먼스 가격은 1억1560만원이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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