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예산 82% 삭감 편성에 구조조정 그림자 드리운 연합뉴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노조 만나 특파원·외국어뉴스 등 축소계획
대의원들, 공적기능 위축 우려…'정부, 뉴스통신진흥법 위반' 지적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정부가 최근 내년도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지원 예산을 대거 삭감 편성하면서 연합뉴스가 전방위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이 구성원들에게 특파원·외국어뉴스를 비롯한 주요 공적 기능 축소안 등을 담은 비상경영 계획을 밝히면서 현장에선 우려 섞인 질문이 쏟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국가기간통신사 지원' 예산안 50억 원은 △아프리카·중동 특파원 운영비와 △영어권을 제외한 외국어뉴스 서비스 운영비로 구성됐다. 문체부 미디어정책과 담당자는 통화에서 “(편성한 50억 원은) 주로 제2외국어 뉴스를 염두에 둔 것이고, 다른 언론이 커버하기 어려운 중동과 아프리카 등 특수 지역 해외뉴스 생산 인력을 (기반으로 책정)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연합뉴스에 공적 역할 수행비용을 보전한다는 명목으로 예산을 지원해왔는데, 내년 예산으로 올해 278억6000만 원에서 82% 삭감한 50억 원을 편성했다. 연합뉴스의 공적 기능은 △외국어뉴스 △해외뉴스 △남북한·재외동포뉴스 △지역뉴스 △재난보도 등으로 나뉘는데 정부가 이 가운데 외국어뉴스와 해외뉴스 중 일부 명목의 예산만 남겨둔 채 모두 삭감했다는 얘기다.
이 담당자는 “세부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고 지금 단계에서 큰 의미가 없다. 저 정도 포션(부분)을 정해놓고 세부 산출을 연합뉴스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편성 방식을 내후년을 비롯해 장기 적용할지를 두고는 “이번 예산안도 확정되지 않았다.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성기홍 사장 “정부에 이유 못들어, 공영언론 기조 따른듯…인식결여”
성기홍 사장은 지난 7일 연합뉴스 사옥 대회의실에서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대의원 40여명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앞서 경영진에 현 사태에 이른 데 대한 설명과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라는 공개 질의를 던졌다.
성 사장은 이번 정부의 예산 삭감안이 “연합뉴스가 공적 기능을 근본적으로 수행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삭감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로부터 이번 대규모 삭감 이유에 설명을 들은 바는 없다”며 “공영언론에 대한 현 정부의 정책, 그리고 언론 관련 정부 예산 지원에 대한 정책 기조에 따른 것으로 해석한다.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른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공적 기능, 역할에 대한 인식 결여도 배경이 됐다”고 했다.
성 사장은 “일방 대규모 삭감안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 대규모 예산 삭감을 전제로 우리 회사 재정 운용 방침을 재편성할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부문 수입을 늘려 재정 자립성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정 구조를 바꾸는 체질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사장은 △인력 감축 △신규 채용과 특파원 규모 축소 등 조직 개편도 고려하느냐는 질의에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그는 “자연감소분 충원은 매우 보수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며 향후 5년간 정년퇴직 인원이 117명, 연평균 24명인데 이에 따른 충원을 줄이겠다고 했다. 성 사장은 비정규직도 감축하겠다며 “계약직과 프리랜서 계약 만료 시점 도래 시 역시 절제된 방식으로 충원하겠다”고 했다.
성 사장은 “특파원 규모 축소도 불가피하다”며 “유럽총국장도 후임자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지역은 임기가 만료되면 운영을 중단할 것이며 현지 프리랜서 계약으로 운영하는 통신원은 이미 구조조정 중이라고 했다.
성 사장은 앞으로 일정을 묻는 질문에 9월 중순 조직개편안을 내고 시행할 것이며 특파원이나 통신원, 비정규직은 바로 인력 감축에 들어간다고 했다. 조만간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는 55세 이상 사원과 일정 기간 이상 근속한 사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인사평가제는 사원과 동의 아래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관리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 출연금도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성기홍 사장 “인력감축 불가피”…노조, 공적 기능·인력감축에 우려
질의응답 자리에선 공적 기능 축소와 일방적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대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디지털콘텐츠국에선 '콘텐츠 강화 노력은 보이지 않고 단순히 인원감축에 집중한다는 얘기로 들린다는 의견'을 전하며 콘텐츠 양과 질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성 사장은 “연합이 이 위기를 헤쳐나갈 힘은 콘텐츠다. 그 전제에 변화 없다”면서도 “당면한 상황에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비용과 조직, 인력 문제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분야에서 지금까지 해온 일의 질서가 생산성과 수익성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지 점검하면서, 비효율이나 인력이 나눠하던 부분을 찾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비정규직 감축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대의원은 “프리랜서들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루머가 돈다”며 “웹디자이너나 프리랜서에 재계약하지 않는 건 강력 반대”라고 말했다.
영어영상부에선 “디지털콘텐츠 인력 감축이나 통폐합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공적 기능이 있는 연합뉴스라 그간 조회수보다 공익성을 생각해서 일해왔다. 앞으로는 오히려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초점을 맞춰 일할지 고민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디자인 부서에선 분사 아웃소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성 사장은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 확대간부회의에서도 말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국어뉴스부와 영문뉴스부는 공적 기능에 해당하는 외국어뉴스 부문 인력 감축에 우려를 제기하며 감축 규모를 물었다. 성 사장은 “일단은 축소조정은 불가피하다. 그 규모를 어찌할지, 해당 언어 존폐의 문제를 논의할지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번 삭감은 법정 구독료율 책정기준 위반” 지적도
연합뉴스지부 집행부는 뉴스통신진흥법이 “정부가 연합뉴스사와 구독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매출액,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구독료 요율 등 판매조건을 결정해야 한다(19조)”고 명시한 만큼 이번 정부예산안에 따른 계약의 무효성을 주장할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뉴스통신진흥법을 개정해 공적 기능에 대한 예산을 명시하는 안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성 사장은 정부가 법정 요율 인상 기준을 지키지 않은 건 처음이 아니라도 밝히면서도, 예산 심의 과정과 확정 뒤 이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지역본부에선 '이런 상황에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지위가 사실상 허울이며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되레 국가기간통신사라 광고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 사장은 이에 “(정부의) 82% 삭감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라는) 지위 유지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 아닌가”라며 “다만 그런 식으로 정부에 이것이 일방적이고 부당하다는 입장을 확산하고 복원 노력을 하는 것이 현재로선 당연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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