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연쇄파업 위기… 현대차에 달렸다

장우진 2023. 9. 11. 16: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부분파업 예고 잣대 역할
현대모비스도 특별 성과급 불만
GM·르노 등 쟁위행위엔 찬성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달 23일 울산공장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현대차 노조 제공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 카드를 본격 꺼내들면서 완성차 노사간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다른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사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수출은 물론 새 차를 계약한 소비자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더 길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부터 오는 12일까지 사측과 교섭을 갖고 정년연장, 저출산 대책, 해고자 복직 등의 쟁점을 다룰 예정이다. 만약 이번 교섭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13~14일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아 노조는 지난 8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82.5%의 찬성표를 얻었다.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 중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합법적 파업권을 얻었다. 기아 노조는 오는 12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투쟁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8일 기본급 7만원 인상, 성과급 1000만원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르노코리아의 경우 지난달 노사 잠점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사례가 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달 24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쟁의 발생을 결의한 다음날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95.48%의 찬성률을 얻어 파업권을 확보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도 지난 8~9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 79.48%로 가결했다.

완성차 공장이 멈출 경우 부품사도 셧다운(일시가동 중단) 등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현대차 노조는 판매·정비·남양·모비스위원회에 각 위원회의 실정에 따라 파업 총량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가 부분 파업을 단행할 경우 연쇄 파장이 예상된다. 기아 노조의 경우 현대차 노조가 주장하는 정년연장을 마찬가지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며, 현대모비스도 특별 성과급 등에서 현대차 수준으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가 사실상 다른 계열사의 '잣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임단협의 쟁점은 '일자리 지키기'와 직결될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입장에서는 정년 연장 등 국내 일자리 확보를 협상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임단협에서도 현대차 노조는 국내 공장 신규 건설과 인력 채용 등을 이끌어 냈다.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현대차는 작년에도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에 대해 '수용 불가' 원칙을 고수한 만큼 올해도 이를 받아주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정의선 회장이 최근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등 해외 거점을 늘려가는 과정이어서 노조 반발이 거셀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수출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에도 적잖은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8월 완성차 수출액은 468억75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39.6% 늘었다. 여기에 모처럼 줄어들고 있는 신차 출고기간이 다시 길어지면서 내수 시장에서도 적잖은 부담을 떠안게 된다.

업계에서는 작년부터 임단협을 이끄는 이동석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대표(부사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울산대 출신으로 현대차에서 종합생산관리사업부장, 엔진변속기사업부장, 생산지원 담당을 경험하는 등 지역연고가 뚜렷하다는 강점이 있다.

현대차는 새 노조 집행부가 출범한 작년에도 파업 위기감이 돌았지만, 이 대표는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자마자 노조를 방문하며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올해 노조를 설득하지 못할 경우 향후 입지가 위태로워진다.

현대차 노조는 중앙대책위 지침에서 "사측이 차기 교섭에서 임금성 추가 제시, 정년연장·차별철폐·저출산 대책·해고자 복직 등 남은 쟁점에 대해 안을 제시하기로 한 만큼 12일까지 교섭을 열어놓겠다"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총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