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복지 사각지대' 또 확인된 전주 한 빌라에서 일어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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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의 한 빌라에서 세입자인 40대 여성 A씨가 숨져 있고 어린 아동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사연은 우리 사회 복지안전망의 실태를 되돌아보게 한다.
A씨는 지난 8일 '세입자가 보이지 않고 개 짖는 소리가 난다'는 집주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등에 발견됐다.
A씨는 8년 전쯤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동의 신원은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나와야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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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북 전주시의 한 빌라에서 세입자인 40대 여성 A씨가 숨져 있고 어린 아동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사연은 우리 사회 복지안전망의 실태를 되돌아보게 한다. A씨는 지난 8일 '세입자가 보이지 않고 개 짖는 소리가 난다'는 집주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등에 발견됐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직접적인 사인은 '동맥경화'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견이 나왔다. A씨에게선 담석도 발견됐는데 생전에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생활고 탓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숨진 A씨 곁에는 생후 20개월 전후로 추정되는 아동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아동은 수일간 음식물을 먹지 못해 쇠약한 상태였다. A씨는 가족 간 채무가 있고, 최근 마땅한 일자리를 갖지 못해 소득이 거의 없었다. 집세는 물론이고 가스비 3개월치, 건강보험료는 36개월이나 체납돼 있었고 매달 5만원씩인 관리비도 반년간 밀려 있었다. 장기간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었던 것이다.
A씨 옆에서 발견된 아동은 출산 기록이 없어 경찰이 신원이나 나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로선 이 아동이 A씨의 아들인지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8년 전쯤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동의 신원은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나와야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A씨가 숨진 빌라가 소재한 동 주민센터에서 '위기 가구' 확인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단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담당 공무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전기세나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한 가구를 통보하면 가정 형편을 확인하는 역할이다. 최근 해당 주민센터에 위기 가구 87곳이 통보됐는데 해당 공무원이 일일이 내용을 확인해야 했다고 한다. 숨진 A씨도 그 대상에 포함됐지만 공무원이 방문했을 때 부재중으로 접촉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연락이 닿지 않아 생활 상태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지역 행정기관에선 공과금 체납 사유를 알아보는 것 외에 위기가구 발굴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현장 복지 인력과 재원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기존 복지 시스템에 치명적인 허점이 없는지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과거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송파 세모녀', 희소병을 앓다 숨진 '수원 세모녀' 등 비극적 사고가 잇따르면서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수원 세모녀' 사건 등을 계기로 복지시스템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 없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관련 부처와 지자체에 철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현장 중심의 복지 행정력이 여전히 미비한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삶이 벼랑 끝에 몰린 위기 상황에서도 A씨는 복지 시스템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을 돕기 위해 구축된 사회안전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비극적인 일들이 더는 재발하지 않도록 세밀한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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