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 고발당한 ‘공연음란죄’…카우치부터 GD까지 과거 사례 어땠나

소속사 피네이션 “화사, 성실하게 경찰 조사 임해”
처벌 가능성 낮아…“표현의 자유 침해” 지적도
카우치 ‘유죄’·지드래곤은 ‘무혐의’…과도한 신체 노출엔 법적 처분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댄스가수 유랑단》을 촬영하면서 대학 축제 무대에서 선보인 퍼포먼스로 인해 공연음란죄 혐의로 고발당한 마마무 멤버 화사가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10일 소속사 피네이션은 화사가 성실하게 경찰 조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란은 축제 직후 팬들이 촬영한 영상이 SNS상에서 퍼져 나가면서 시작됐다. 학부모 단체인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학인연)는 지난 6월 화사를 공연음란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학인연은 화사를 고발하면서 "화사의 행위가 변태적 성관계를 연상케 해 이를 목격한 대중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며 "안무의 맥락과 맞지 않아 예술 행위로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화사를 불러 조사한 경찰은 문제의 퍼포먼스가 형사처벌 대상인지 법리를 검토한 뒤 송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화사의 퍼포먼스가 법적 처분을 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공연음란죄의 사례를 살펴봤을 때, 해당 퍼포먼스를 음란행위의 범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고발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이번 고발은 '몬스터 페어런츠(불합리한 요구를 하거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부모) 집단'이 과도하게 개입한 사례"라고 말했다. 또 "공연장에 있지 않았던 제3자인 학부모 단체가 고발을 해 경찰이 개입한다는 것은 예술 정신이나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소속사 피네이션에 따르면, 공연음란죄 혐의로 고발당한 화사가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사진은 화사가 2021년 11월24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선보인 《아임 어 빛》 무대 ⓒ연합뉴스

예술성과 음란성 사이…'예술 경계' 넘어선 사례는?

형법상 공연음란죄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례상 음란한 행위는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무대 공연이나 퍼포먼스 등이 공연음란죄가 적용돼 처벌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예술성과 음란성을 가르는 것에 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시대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음란한 퍼포먼스'를 이유로 유죄 판결이 나온 첫 사례는 1994년 공연된 연극 《미란다》다. 주연 배우가 10여 분간 전라로 출연해 가학적인 성행위 장면을 연출한 연극 내용이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연극의 연출자가 공연음란죄로 불구속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연극의 내용은)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성적 수치심과 음란성을 자극하는 것으로, 예술의 경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요구르트 신제품 홍보 행사에 누드모델을 출연시켜 요구르트를 몸에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인 마케팅 팀장과 당시 행사에 참여한 모델들에게 공연음란죄가 적용됐다. 이는 상업적 광고를 위한 외설 행위로, 음란성을 완화할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005년 8월5일 MBC 음악프로그램 생방송 무대에서 알몸을 노출시킨 카우치 멤버 등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극 《미란다》 전라 출연·카우치 생방송 노출 사건은 '유죄'

논란이 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신체 노출이 과도한 경우 법적 처분이 이뤄졌다. 2005년에는 럭스와 함께 MBC 음악프로그램 생방송 무대에 오른 록밴드 카우치와 스파이키브랫츠 멤버가 하의와 속옷을 탈의해 논란이 됐다. 신체 부위를 내보인 채 무대를 뛰어다닌 이들의 모습은 약 7초간 생방송을 통해 방영됐다. 이들은 공연음란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서울남부지법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10개월,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음란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공연음란은 주관적 흥분이나 만족까지 요구하지 않으며, 노출 부위와 일시, 장소를 감안할 경우 객관적 음란행위가 되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2009년에는 콘서트장에서 선보인 지드래곤의 퍼포먼스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당시 보건복지가족부)가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지드래곤은 콘서트에서 《브리드》 등의 노래를 부르며 침대에 쇠사슬로 묶인 여성 댄서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당시 콘서트를 관람한 1000여 명의 관객들이 해당 퍼포먼스가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고, 찰나의 퍼포먼스로 인해 전체 예술이 평가절하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탄원서와 서명서를 제출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검찰은 해당 퍼포먼스가 《브리드》를 무대 위에 연출하는 과정에서 극화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지드래곤의 공연음란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전체 공연에서 침대 퍼포먼스는 2분 정도였고, 직접적인 성행위 묘사가 수초에 불과해 해당 행위가 '음란의 범위'에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