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째 수출 뒷걸음…플러스 전환 이르면 10월, 왜?
이달 들어 열흘 만에 수출이 전년 대비 8% 수준 마이너스(-)를 보였다. 월말까지 큰 반전이 없는 한 수출은 1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게 된다.
정부가 기대하는 월간 수출의 플러스(+) 전환 시점은 이르면 10월부터다. '기저효과' 덕분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수출이 본격적으로 쪼그라들었던 영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경기의 회복 지연, 중국의 경기둔화 등을 고려해 질적 측면의 수출반등 시점은 내년 이후로 예상한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의 수출은 약 149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5.8%)부터 지난달(-8.4%)까지 11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이달 말까지 이런 추세라면 수출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게 된다.
수출이 전년 대비 증가세로 전환하는 시점은 얼마 남지 않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에는 무역수지 흑자기조와 함께 수출 감소폭이 추가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예상은 맞아떨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해 기저효과만 고려하더라도 증가세로 돌아서는 시점은 10·11월이 유력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출이 그만큼 저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출 추이를 보면 △8월 566억달러(전년 대비 6.5%) △9월 572억달러(2.3%)를 기록했다가 △10월 524억달러(-5.8%) △11월 518억달러(-14.2%)로 큰 폭 내려앉았다. 오는 10월·11월 수출이 지난 2분기 평균(519억달러) 수준에서 소폭만 상향되더라도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일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반등 신호가 잡히지 않는 상태라는 점이다. 최근까지 반도체 수출은 등락을 거듭하며 조정 국면이다. △지난 4월 -41.0% △5월 -36.2% △6월 -28.0% △7월 -33.6% △8월 -20.6% △9월 1~10일 27.7%를 기록했다. 다만 기업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경기는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9월 제조업 BSI 전망치는 98.9를 기록했다. 해당 수치가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수출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대(對)중국 수출 회복도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달 중국에 대한 수출은 105억달러로 전년 대비 20% 수준 줄어들었다. 이달 들어서도 열흘 만에 18% 수준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 발생한 중국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 가든)의 채무 불이행 위기를 계기로 자국 내 경기둔화 우려가 커졌다.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중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한국 경제에 일정 부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반기에도 현재까지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 수준(1~7월 누적 -25.9%)이 지속될 경우 다른 요인 변화가 없다는 가정 아래 올해 경제성장률을 1.2%포인트(p) 하락시키는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급등도 수출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상황이다. 약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감산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탓이다.
국제유가가 연내 100달러를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주요국들이 원유 생산 감축 연장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7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유가 상승은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을 연장할 수 있다. 고금리의 장기화는 실물경기의 침체를 일으키고 상품 수요를 위축시킨다. 무역 전반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지난해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다음 달부터 수출이 전년 대비 플러스를 보일 순 있지만 반도체 경기 조정·중국 경기 부진 완화 등 명확하게 수출이 질적 측면에서 반등하는 시점은 내년 이후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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