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 진상 규명에 일생 헌신' 김양래 5·18재단 전 상임이사 영면
투병 중에도 항쟁사 공동집필 참여하기도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병마와 싸우면서도 항쟁사 집필 활동을 놓지 않았는데…"
5·18민주화운동 참상을 널리 알리고 항쟁 진상 규명에 평생 헌신한 김양래 전 5·18기념재단 이사의 유해가 국립 5·18민주묘지에 안장됐다.
11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2묘역에서는 김 전 상임이사의 유해 안장식이 열렸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와 유족 주관으로 열린 안장식에는 5·18단체 관계자, 시민사회 재야 인사 등 100여 명이 모였다.
안장식은 고인에 대한 경례, 약력 소개, 추도 예배, 하관, 허토, 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5·18 진실 규명과 희생자 명예 회복에 일평생을 쏟은 고인의 유해를 바라보는 5·18단체 회원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통함에 잠긴 유족들 곁은 천주교 신부와 수녀들이 지키며 위로했다.
앞서 이날 오전 산수동성당에서는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가 김 전 상임이사의 추도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안장식에서는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예배를 주관, 마지막 떠나는 길을 축원했다.
김 전 상임이사는 생전 1980년 5월 당시 헬기 사격 진실을 밝히고자, 전두환씨의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형사 재판을 적극 돕기도 했다.
조 신부는 예배를 마친 직후 "한 말씀만 나누고자 한다"며 말문을 뗐다.
조 신부는 "조비오 신부와 함께 5·18기념재단의 기틀을 닦고 오월 정신 계승을 위해 광주가 잊을 수 없는 은인이고 꽃이고 일꾼이고 별이였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이 자리에 조비오 신부께서 계셨다면 눈물 흘리며 동생처럼, 때로는 아들이었던 고인을 가슴으로 안았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가 남긴 광주에 대한 사랑, 광주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 애썼던 그의 넋이 남아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또 잠자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채찍질 해주리라 생각한다" "비록 한줌 흙으로 돌아가지만 그의 영혼과 넋은 분명히 우리들 가슴에 언제까지나 남을 것이다"고 했다.
항쟁사 공동집필을 한 정수만 전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은 애통한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정 전 회장은 "김 전 상임이사가 오월 항쟁 진실을 알리는 집필 작업 만큼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투병 중이니 건강부터 살피라'고 만류해도 거듭 사양하길래 한 권 당 수백 쪽씩 이르는 나주항쟁사, 영암항쟁사를 함께 썼다. 항쟁사를 딱 한 권 더 쓰기로 약속했는데 이렇게 떠나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상임이사만큼 오월 광주의 진상을 밝히는 데 애정을 갖고, 희생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정열적으로 산 이가 없을 것이다"며 "그가 일생 동안 5·18 항쟁을 이어온 것은 아마도 살아남은 자가 갖는 부채 의식이자 책무였기 때문이다"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전 상임이사는 1980년 전남대 총학생회 비밀기획팀에서 활동했다. 5월14일 광주 금남로에서 농악대를 이끌고 민주화 투쟁을 주도했다. 사흘간 시위 조직에 함께하고, 5월 20일까지 항쟁을 지켜보다 고향으로 향했으나 같은 해 7월 수감, 넉 달 간 옥고를 치렀다.
이후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11년 동안 간사로 활동하면서 항쟁 진상규명 활동에도 앞장섰다. 5·18유가족과 부상자의 생활 실태 조사에 참여했고 1985년 '5·18 관련 자료집'을 펴냈다.
특히 1987년에는 장용주 신부로부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항쟁 당시를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 2개를 넘겨 받아, 63분짜리 복사본 영상을 만들어 냈다. 이른바 '광주 비디오'로 알려진 국내 첫 5·18 영상물 '오월 그날이 오면'이었다.
이 영상은 군의 무자비한 학살 만행을 전국 성당을 거쳐 종교계와 대학가에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5년 3월부터는 3년간 5·18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하며, '전두환 회고록'을 비롯한 5·18 역사 왜곡에 대한 법적 대응을 주도했다.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데에도 앞장섰다.
이 밖에 ▲5·18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 ▲암매장 발굴 ▲5·18 핵심 쟁점 연구·자료집 제작 ▲5·18 세계화 관련 자료 수집·분류 ▲계엄군 고백·제보 정리 등에도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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