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부터 폭우까지…기후위기 온몸으로 체험하라

한겨레 2023. 9. 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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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폭우]교육·놀이 병행하는 전국의 안전체험관들
전세계 자연재해 급증함에 따라
아동·청소년 안전체험기관 늘어
지진·풍수해 등 생생히 경험하고
탈출·구조법 등 구체적으로 익혀
사진 빚고을국민안전체험관 제공

올해 폭염과 가뭄, 초대형 산불로 뉴스에 오르내렸던 그리스가 최근에는 하루 동안 1년치 비가 내리는 폭우로 몸살을 앓았다.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은 마을을 덮쳐 ‘미국 현대사의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만큼 사상자를 발생냈다. 홍콩에서는 139년 만의 폭우가 내려 도시 전체를 집어삼켰고, 한국에서도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전세계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폭우, 침수, 산불 등에 대한 안전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교통안전이나 화재예방 정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안전체험관들이 이제는 산불, 지진, 태풍, 폭우 등 자연재난에 대처하고 침수선박과 침수차량에서 탈출하는 법과 같은 구체적인 대처법을 알려준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전국의 안전체험관들을 소개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전세계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폭우, 침수, 산불 등에 대한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안전체험관들이 있다. 사진 365세이프타운 제공

강원 태백 ‘365세이프타운’

‘안전’을 주제로 한 교육과 놀이시설을 융합한 세계 최초의 ‘안전체험 테마파크’이다. 각종 재난 및 재해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거나 가상으로 경험함으로써 안전의 중요성과 대처 요령을 익히게 한다. 약 300평에 이르는 부지면적에 재난안전, 생활안전 체험을 하는 종합안전체험관과 현직 소방관이 지도하는 소방안전체험관, 극기체험을 하기 위한 챌린지월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실내 건물부터 야외까지, 인재부터 자연재해까지 다양한 위기에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덕에 교육부로부터 학생 안전교육을 위한 안전체험센터로 지정됐다.

종합안전체험관에서 체험할 수 있는 재난은 산불, 설해, 풍수해, 지진, 대테러 등이다. 5개의 4D 체험관에서 각각의 재난을 실제처럼 생생하게 경험한다. 산불 특수진화대가 되어 헬기 시뮬레이터를 타고 산불을 진화하고, 비상 구조선을 타고 폭우와 강풍을 뚫고 침수된 도시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안전의식을 고취시킨다. 엘리베이터 또는 자동차 트렁크에 갇히는 사고나 노래방 화재나 항공기 불시착과 같은 사고에 대한 대처 요령도 익히게 한다.

소방안전체험관에서는 화재와 관련된 구체적인 상황을 모두 경험해볼 수 있다. 화재 때 3층 이상 고층 건물에서 완강기를 이용해 탈출하는 방법, 전기 정전과 화재 연기로 가득찬 어두운 실내에서 탈출하는 농연 탈출법, 소화기를 이용해 초기 화재 상황을 진압하는 방법,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을 살리는 심폐소생술(CPR) 등을 배울 수 있다.

이외에도 등산, 캠핑 등 야외 활동 위기 시 도움이 되는 매듭 묶는 법, 수직 사다리 이용법, 계곡을 건너는 법 등도 배운다. ‘테마파크’라는 성격에 걸맞게 짚라인, 스카이점프, 케이블카, 키즈랜드 등의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어 현지인들 외에 다른 지역민들도 가족 단위 관광지로 많이 방문한다.

사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안전체험교육원 제공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안전체험교육원

자전거와 지하철, 자동차 등을 이용할 때의 교통안전부터 지진·풍수해·항공·선박 등 대형 재난까지 두루 체험할 수 있는 12개의 체험관으로 이뤄져 있다. 교육청 시설인 만큼 유·초·중등 파견교사가 교육강사로 참여해 체험활동의 교육적 효과를 높이도록 돕는다.

지진을 경험해보고 실내외 지진 발생 때 행동 요령과 옥외대피소 대피 체험을 해볼 수 있고, 태풍을 직접 체험하고 침수 차량 탈출방법을 실제로 익혀볼 수 있다. 선박 사고 때 비상 탈출법과 구명조끼 및 구명정을 체험해보고, 항공기 사고 때 기내용 구명조끼 착용법 및 슬라이드 비상 탈출도 체험해본다. 산행 및 암벽 등반 안전 수칙을 익히고 고공횡단 체험도 할 수 있다.

7살 이상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가족과 함께하는 안전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좋다. 주말에 90분 동안 3개의 체험관을 순회하며 지진부터 화재, 지하철, 항공, 선박 등의 안전을 익히는 프로그램이다. 가족 대표가 안전체험교육원 누리집(safesj.sje.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안전체험교육원은 세종시 관내 학교를 대상으로 가상현실(VR) 기기 대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원에 방문하지 않고 교실에서 화재 탈출, 선박 사고 탈출 등의 실감나는 체험과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다. 참여를 희망하는 학교는 안전체험교육원(044-905-0927)에 문의하면 된다.

사진 빚고을국민안전체험관 제공

광주광역시 빛고을국민안전체험관

산악·호우·지진안전 등 8개 체험구역에서 23개 체험시설을 운영하는데, 특히 차량·건물 침수사고에 대비한 호우 안전체험에 특화돼 있다. 매주 목요일에는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어린이 안전 인형극’을 열어 어릴 적부터 안전에 관심을 갖도록 돕는다.

산악안전 편에서는 바위 타기, 흔들다리 건너기, 계곡 횡단하기 등을 배우고, 호우 안전에서는 침수공간, 침수계단, 침수차량 탈출법을 배운다. 지진 안전 편에서는 가상현실로 지진을 경험하고 지진붕괴 대비 및 72시간 생존법을 익힌다. 화재 편에서는 119 신고방법부터 화재 진압과 피난기구 탈출법을 체험한다.

일선 소방서에서 현장 대원으로 근무했던 인명구조사, 응급구조사, 소방안전교육사 등 전문자격을 갖춘 소방공무원들을 체험 교관으로 배치해 전문적이고 현장감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예약 신청은 빛고을국민안전체험관 누리집(gjsafe119.or.kr)과 전화( 062-606-4804~6), 방문 등을 통해 가능하며, 체험관 이용료는 무료다.

경상북도교육청 경주안전체험관

폐교를 활용해 지난해 말 개관한 경주안전체험관은 재난안전체험관, 생활안전체험관, 교통안전체험관, 생명존중체험관, 응급처치체험관 등 5개관과 4D영상실 등 24개의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다. 학생, 교직원 대상의 일반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가족안전체험, 일반기관을 대상으로도 단체안전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재난안전의 경우, 지진부터 풍수해, 산사태, 방사능 유출까지 대처요령을 배운다. 화재 시 소화기 사용법부터 방화셔터 탈출, 완강기 사용법까지 다양하게 익힌다. 생활안전의 경우, 승강기와 가정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 사고부터 물놀이, 선박 안전, 산악·캠핑 안전까지 체험한다.

토요가족안전교육 체험프로그램의 경우, 약 한달 전 누리집(gbe.kr/gjsafe) 예약을 통해 이뤄지는데 보통 1분 내외로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교통, 재난, 생활, 응급처지, 4D체험 등으로 이뤄지며 가족 및 일반인 대상으로 지역 제한 없이 예약할 수 있다. 학부모들의 에스엔에스와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체험장소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빚고을국민안전체험관 제공

제주안전체험관

제주안전체험관은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선박과 항공기 특성화 체험관을 갖추고 있다. 선박과 항공기에서 탈출을 체험해 보고, 태풍의 강도를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재난현장 전문가인 소방관들이 직접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 체험관은 생활안전, 교통안전, 자연재난, 보건안전, 특성화 체험구역 안에 풍수해, 지진 등 10개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21개 종류의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여름철에는 물놀이 안전수칙과 익수자 발생 시 대처요령과 같은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사진 빚고을국민안전체험관 제공

2020년 개관 이후 현재까지 약 15만명의 체험객이 방문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인구 10만명당 체험객 수가 전국 1위를 기록할 만큼 안전교육 대표명소로 자리잡았다.

이외에 부산학생안전체험관은 해양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수상 안전체험실과 선박안전체험실을 갖추고 있으며, 실내 수영장에서 초등 생존수영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6개 언어의 음성 안내를 통해 다문화 학생을 지원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인천광역시교육청 학생안전체험관은 메타버스 안전교육 플랫폼 ‘안전스쿨’을 운영하고 있어, 시·공간의 제약 없이 태풍·지진해일·화재대피 등의 행동요령과 안전상식을 익힐 수 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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