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회장 후보, 금융 사고 관련 “내부 통제 디지털 시스템 만들 것”
양종희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는 11일 “내부 통제를 시스템적으로 체계화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양 후보는 지난 8일 KB금융지주 최종 회장 후보자로 확정됐고, 12일 이사회 추천을 거쳐 11월 20일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양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사옥에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은행권 금융 사고가 잇따르는 데 대해 “금융기관은 신뢰를 먹고 사는 곳인데 (금융 사고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는 것에 진심으로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KB국민은행 직원들이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상장사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적발해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양 후보는 “내부 통제에 디지털적인 것들을 도입하고 시스템을 체계화해서 직원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규율을) 준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내부 통제를 회사 차원의 감시와 직원 개개인의 양심에만 맡기지 않고, 고도화된 시스템을 통해 금융 사고 발생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양 후보는 회장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최근 연체율 상승에 따른 신용 리스크(위험) 관리와 함께 KB국민은행이 2018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정상화를 꼽았다. 부코핀은행은 코로나 사태로 소매 금융 부실이 커지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KB국민은행은 올해 1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 정리 등에 나서고 있다. 양 후보는 “(부코핀은행의 경우) 부실 회사를 값싸게 인수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추가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선 “M&A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룹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비금융 부문까지 폭넓게 (M&A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양 후보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은행장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은행 근무를 20년 했다”며 “(2021년 임명된) 부회장직을 수행하며 은행을 비롯해 그룹 전반을 학습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양 후보는 1989년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에 입행해 2008년까지 은행에서 일하며 재무보고통제부장, 서초역 지점장 등을 맡은 바 있다. KB금융지주 부회장 취임 전에는 5년간 KB손해보험 대표를 지냈다.
양 후보를 회장 후보로 길러낸 KB금융의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인 ‘3인 부회장 체제’의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면 후계자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해) 만든 절차이기 때문에 이사회와 협의하겠다”며 “그룹이 워낙 규모가 커서 (부회장직에 대해) 업무를 분장하는 파트너로서의 측면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양 후보와 차기 회장 후보 경선을 치른 허인·이동철 부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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