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런 방심위원장…류희림, ‘여기자’ 실력보다 외모로 뽑는다?

강은 기자 2023. 9. 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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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출간한 저서서 외모 언급
“세월호 보도···국민 스트레스 줬다”
“한국 언론이 식민사관 영향으로
‘자학적 보도’ 일삼는다” 주장도
류희림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8일 취임 후 간부회의를 열고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3.9.8 방심위 제공.

지난 8일 취임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5년 전 출간한 저서에 “방송뿐만 아니라 신문기자들도 이제는 필기 실력보다는 외모 위주로 뽑는 곳이 늘고 있다”면서 “방송과 신문에 등장하는 여기자들을 잘 보라. 외모보다는 저널리스트로서 자질이 더 중요한 기자 선발에도 외모지상주의의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 위원장이 2018년 도서출판 글로세움에서 출간한 <가짜뉴스 시대에 살아남기>에는 그가 생각하는 가짜뉴스의 정의와 한국 언론의 문제점 등이 사례와 함께 담겨 있다. ‘가짜 뉴스와의 전쟁’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책 후반부에서 류 위원장은 한국 언론의 고질적 관행 10가지 중 하나로 ‘성적인 관심을 끌기 위한 선정적 뉴스’를 꼽았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최근 청와대, 국회, 법원 검찰 등 주요 출입처마다 여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남녀 성적 평등의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미 미인경연대회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방송사 아나운서나 기상캐스터 선발 시험처럼 외모보다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질이 더 중요한 기자 선발에도 외모지상주의의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그는 한국 언론이 식민사관 영향으로 ‘자학적 보도’를 일삼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류 위원장은 “새로이 권력을 쥔 정치세력은 그 이전 정치권력을 단죄해야만 자신들이 권력을 잡은 데 대한 정당성이 부여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역사 바로 세우기’ ‘과거사 청산’ 등 갖가지 미사여구로 지난 정권의 비리와 잘못을 파헤치곤 한다”고 썼다. 이어 “이런 정치적인 환경에서 한국 언론들의 자학적인 성향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나타난다”면서 “한국 언론의 이런 고질적 병폐는 일제 강점하에서 조선을 통치하기 위해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폄하했던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우리 의식 속에 뿌리 깊이 심어진 ‘조선 사람은 안 돼!’라는 일종의 자격지심과도 절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과도하게 위기를 조장하는 뉴스를 ‘가짜 경제 뉴스’로 규정하고 청년 실업 관련 보도를 예로 들기도 했다. 류 위원장은 “한국 미디어들은 위기를 조장하는 데는 아주 선수들”이라며 “아무리 ‘사상 최악의 취업률’이라 하지만 스스로 실력을 쌓은 인재는 기업에서 알아보고 쓰게 마련”이라며 “(청년들에게는) 단 1명을 뽑는데 수천명이 지원했다 하더라도 그 1명이 나밖에 더 있겠느냐는 배짱과 자부심이 필요하다”고 썼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이 정부 비판을 남발해 국민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사망자나 실종자 가족들과 당시 야당에서는 정부가 제대로 구조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꽃 같은 아이들이 희생됐다고 주장했고, 미디어 역시 문제점을 파헤치는 데 정신이 없었다. 사고 당일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가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온갖 유언비어가 나돌기도 했다”면서 “이 모두가 일반 국민들한테는 ‘정부가 뭘 하나?’ 하는 스트레스를 준 것들이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을 맡았던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의 문제는 정부의 대응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채 오히려 옹호하고 진실에 다가가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면서 “마치 언론이 보도를 너무 많이 해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미디어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정연주 전임 방심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에 대한 해촉안을 재가한 후 류 위원장을 후임 보궐 심의위원으로 위촉했다. 류 위원장은 KBS와 YTN 기자를 거쳐 YTN 경영기획실장,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표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언론인 명단 50인’에 이름이 올랐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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