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할 여지 없는 테니스의 왕"…조코비치, US오픈 우승으로 메이저 24승 달성

조수영 2023. 9. 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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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노바크 조코비치(36.세계랭킹 2위.세르비아)는 두 손을 번쩍 치켜 들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바닥에 웅크려 고개를 묻었다. 약 2만 4000명의 관중이 보내는 기립박수 속에서 그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오랜 기간 이어졌던 테니스 GOAT(The 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주인공으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조코비치가 다시 한번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1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다닐 메드베데프(27.3위.러시아)를 3-0(6-3 7-6<7-5> 6-3)으로 물리쳤다. 올 시즌 세번째 메이저 우승이자 자신의 통산 24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이는 남녀 선수를 통틀어 마거릿 코트(은퇴.호주)의 메이저 대회 단식 최다 우승과 타이 기록이다. 다만 프로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에 24회 우승한 것은 조코비치가 유일하다. 

'테니스 빅3'로 불리던 경쟁자들은 일찌감치 꺾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2.스위스)는 메이저 우승 20회를 끝으로 은퇴했고, 22회 우승을 달성한 라파엘 나달(37.스페인)은내년 은퇴를 예고한 상태다. 1987년생인 조코비치는 이들보다 어리고, 여전히 체력과 경기력이 왕성하다. 'GOAT 논쟁'의 정답이 조코비치라는데 반론의 여지가 없어진 셈이다. AFP통신은 이날 조코비치의 우승 소식을 전하며 "의심할 여지가 없는 테니스의 왕"이라고 극찬했다. 

올해 조코비치는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36세, 현역 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호주오픈, 프랑스오픈을 모두 휩쓸었고 윔블던 대회에서는준우승을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다만 최근 US오픈에서의 흐름은 썩 좋지 않은 것이 변수였다. 2018년 세번째 우승을 거둔 뒤 2019년과 2020년에는 4라운드에서 연속 탈락했고 2021년에는 결승에서 메드베데프에게 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아 미국 입국이 금지돼 출전할 수 없었다. 

사진=AFP


올해 코로나19 백신 규제가 완화되면서 그는 2년만에 설욕에 도전했다. 지난 4년간의 아쉬움을 털어내려는 듯, 그는 예선부터 내내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2라운드 우승으로 일찌감치 세계랭킹 1위 복귀를 확정지었고 준결승전에서는 이번 대회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벤 쉘튼(20.미국)에게 완승을 거뒀다. 쉘튼은 "조코비치는 지금껏 내가 상대해본 선수들과 완전히 달랐다. 경기 내내 집중력이 대단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결승에서는 2년전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메드베데프를 만났다. 승부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경기 시작 후 메드베데프의 첫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기선을 잡았고 1세트를 6-3으로 수월하게 따냈다. 2세트에서 메드베데프의 반격에 다소 고전했지만 타이브레이크 끝에 2세트까지 가져오며 유리한 고지를 따냈다. 메드베데프는 3세트에서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조코비치가 자신보다 9살이나 어린 선수를 꺾는데 걸린 시간은 단 3시간 16분에 불과했다. 

이날 시상식에 조코비치는 '24'와 '맘바 포에버(Mamba Forever)'를 새긴 셔츠를 입고 나섰다. '맘바'는 2020년 헬기 사고로 숨진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애칭으로, 24는 그의 등번호다. 그리고 이날 조코비치가 달성한 메이저 승수이기도 하다. 조코비치는 "코비는 내가 가장 의지했던 사람 중 한 명"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테니스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조코비치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꿈을 꾼다"고 밝혔다. 그는 "몸 상태가 좋고 의욕도 넘친다. 더 많은 메이저, 테니스에서 더 많은 업적에 대한 갈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테니스 코트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그는 "코트 안팎 모두에서 유산을 남기고 싶다"며 "최고의 자리에 있는 동안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해 스포츠를 위한 더 나은 생태계를 조성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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