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투식량 유통기한 지났는데…방사청, 책임 떠넘기기 ‘급급’
경쟁업체 상대 ‘유통기한 불량’ 민원
“문제없다”던 방사청 돌연 입장 바꿔
A업체 8년 납품하며 점검 전혀 안받아
방사청, 전투식량 기한 문제 생긴 경우
처분도 계약 위탁 맡긴 조달청에 넘겨
11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공익신고센터의 감사청구서에 따르면, ‘현재 비축된 전투식량Ⅱ형은 식약처 고시를 위반한 하자품에 해당한다’며 감사와 하자처리 등 민원이 제기됐다. 공익신고센터는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전투식량Ⅱ형 하자처리 미이행에 대한 이의 및 감사청구 요구’라는 제목으로 국방부, 방사청, 육군본부,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청구했다.
방사청 등은 전투식량 유통기한에 대한 검증 책임이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에 있다고 보고 기품원으로 민원을 넘겼고, 기품원은 산하 기관인 국방기술진흥연구소로 내려보냈다. 기품원은 방사청 출연 전문연구기관으로, 관리·감독 책임이 방사청에 있다.
하지만 방사청·기품원·국기연 어느 곳에서도 해당 민원에 대한 답변을 현재까지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수개월간 “지자체에서 승인한 유통기한 책임을 왜 우리에게 따져 묻느냐”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기연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A업체 전투식량 유통기한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연구소에 전문가가 없어 점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매우 큰 사안이라 골치가 아프다”고 해명했다.
A업체와 방사청의 짬짜미 의혹도 일고 있다. 이 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는 전투식량Ⅱ형을 A업체 외에도 B업체가 절반씩 나누어 납품하고 있었다.
그런데 A업체는 납품 직후 B업체 제품의 유통기한이 잘못됐다고 방사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때부터 B업체는 조사를 받기 시작했고 방사청의 첫 조사 결과는 “문제 없음”이었다. 그런데 2018년 방사청의 입장이 돌연 바뀌어 “B업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계약을 취소했다. 반면 동일한 포장방식을 채택한 A업체에 대해서는 조사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B업체는 방사청을 상대로 2020년 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은 B업체가 승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 판결에서 방사청이 승소했다.
이후 방사청은 A업체가 전투식량Ⅱ형을 단독 납품하도록 했다. 현재 A업체가 공급해 군이 비축중인 전투식량Ⅱ형은 약 170만개에 이르며 이들 제품의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9월 8일자 A23면 보도
방사청은 2020년 3월까지 전투식량 계약을 직접 담당하다가 이후에는 조달청에 위탁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전투식량Ⅱ형은 A업체와만 계약하고 있는데 방사청에서 계약하던 것을 그대로 넘겨받은 거라 기존에 몇 개 업체와 계약했는지 전혀 몰랐다”며 “국방 규격상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외부기관 의뢰서가 있다는 것은 몰랐다”고 했다. 조달청도 A업체와 계약시 유통기한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A업체가 유통기한을 속이거나 제품에 문제가 생겨 전량 폐기해야 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에 대해 묻자 “우리는 계약을 위탁 받았을 뿐 방사청에서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식약처는 A업체에 대해 점검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2018년 당시 민원이 제기된 업체에 대해서만 유통기한 점검을 했는데,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A업체 전투식량에 대해서도 점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영수 공익신고센터장은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유통기한 위반에 대해 어떠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감사 청구 처리가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어 방사청장 등을 고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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