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짓느니 벌금이 싸’···무신사 대표 공식 사과

직원들과 온라인 미팅 중 발언
“저출생 심각성 인지 못 해” 사과
18일부터 위탁 보육 지원하기로

한문일 무신사 대표가 최근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임직원에게 사과하고 위탁 보육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대표는 11일 오전 e메일을 통해 “회사 경영진을 대신해 불필요한 우려를 만든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이번 일을 슬기롭게 해결해 무신사 임직원들이 다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무신사는 앞서 최영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원들과의 온라인 미팅에서 직장어린이집 설치와 관련해 ‘벌금을 내는 게 더 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직장어린이집을 단독으로 설치할 수 없으면 다른 사업주와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 계약을 맺고 근로자의 자녀 보육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무신사는 현재 직원이 1500여명으로 직장어린이집 설치 대상에 해당한다. 여성 직원 비율은 55%에 달한다. 당초 서울 성수동에 건립 중인 신사옥에 어린이집을 만들기로 했지만, 실수요자가 적어 계획을 철회했다.

이날 무신사는 사내 공지를 통해 오는 18일부터 위탁 보육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찾아 실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 2회 시행하던 재택근무 폐지와 관련해선 일단 현행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되, 경제 상황과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근무 형태를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에 오전 4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는 ‘얼리 프라이데이’ 제도도 그대로 운영한다.

한 대표는 “임직원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발생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임직원의 생각을 더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