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하는 모로코 이민자 사회 “고향으로 돌아가 지진 피해자 돕겠다”
“슬픔과 공포를 이겨내기 위한 행동 시작”
과거 생존을 위해 모로코를 떠나야만 했던 이민자들과 그 후손들이 고국에서 발생한 규모 6.8 대지진 참사 소식에 팔을 걷어붙였다. 모로코 정부와 모하메드 6세 국왕의 안일한 대처가 지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전 세계에 흩어진 모로코 디아스포라의 연대가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이번 재난은 모로코 이민자 사회를 놀라게 했다”며 “많은 사람이 슬픔과 공포를 이겨내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약 150만명의 모로코 출신 이민자가 사는 프랑스에선 일찌감치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 작은 비정부기구(NGO)를 운영하는 라티프 데히는 NYT에 “고향을 돕고 싶다는 모로코인으로부터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며 “이들은 ‘담요도 있고, 기저귀도 있고, 음식도 있다’고 말하면서 모로코로 보낼 수 있는지를 문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민자들은 모로코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모로코 공동체인 프랑스이슬람신앙협의회는 프랑스에 사는 지진 피해자 가족과 지인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프랑스에 있는 모든 모스크를 개방한다고 밝혔다. 또 이재민들에게 보낼 성금과 물품을 기부받기 시작했다.
영국의 모로코 이민자 사회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모로코협회는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6만2000만달러(약 8259만원)를 모금했고 음식과 식수, 담요를 가득 실은 차량을 모로코로 보냈다. 지진 직격탄을 맞은 모로코 마라케시에 사는 형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는 영국 그로스터셔주의 유세프 출라는 “내가 들을 수 있는 건 비명과 형이 ‘지진이다’라고 외치는 소리뿐이었다”며 “집에 보낼 돈을 모으고 있다.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모로코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피해자들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진앙 인근 마을인 탈랏 냐콥 출신으로 영국에서 유학 중인 엘라 윌리엄스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친구들을 잃었고, 내 친구들은 가족을 잃었다”며 “구호 활동을 위해 모로코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식인들도 전 세계 모로코인들의 단합을 주문했다. 모로코 유명 작가이자 학자인 하산 아우리드는 알자지라에 “이번 지진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모로코에 전례 없는 규모의 재난”이라며 “생존자에 대한 심리 치료와 재건 노력을 위한 인프라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랍과 이슬람 세계의 연대를 통해 우리는 고통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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