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제동’···KBS 남영진은 기각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이 해임 처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임기가 내년 8월까지이나 해임된 권 이사장은 이사장 자리에 복귀했다. MBC와 KBS 등 방송사 이사진을 개편하고 사장을 교체하려던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11일 권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권 이사장에 대한 방통위의 해임처분은 1심 본안 사건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집행정지는 행정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처분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결정이다.
방통위는 권 이사장이 MBC와 관계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고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며 해임을 결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날 “해임사유 중 상당 부분은 방문진 이사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그 의사를 결정하였거나, 그 심의·의결과 관련된 사항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며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안에 대하여 (권 이사장이) 이사 개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방통위는 이날 법원 결정에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번 결정으로 방문진 의사결정 과정에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했다.
법원은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해임 처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통위는 KBS 방만 경영 방치와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등을 들어 남 전 이사장 해임을 제청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이날 “이 사건 해임처분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권 이사장, 남 전 이사장은 이날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위원장 등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한상혁 방통위원장 해임 이후 3개월 사이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을 비롯한 비판언론에 자행한 폭거는 가히 쿠데타 수준”이라며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공영방송 이사진 5명을 무더기 해임했다”고 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의 진정한 목표는 ‘보도지침’과 ‘언론 통폐합’으로 상징되는 전두환 시대의 언론환경으로까지 퇴행하는 데 있는 것 같다”며 “사법부가 방송 독립과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유린하고, 절차적·실체적 위법행위를 저지르며 권력을 남용한 방통위를 사법적으로 통제함으로써 헌정질서 수호자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법원이 권 이사장에 대한) ‘부실’한 해임사유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방송장악 꽃길을 깔아주려던 무리수에 예상된 결말이었다”고 했다. 이어 “군사작전 같은 무리한 방송장악이 부당하다는 법적 판단을 받고도 위법하고 반민주적인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시도를 이어갈 것인지 이동관 방통위원장에게 묻는다”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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