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0QS 선착, 두산 5강 불씨 이어가는 ‘이닝 이터’ 알칸타라
선발 투수의 우선 미덕은 ‘이닝 소화’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 팀이 이길 기회를 잡을 때까지 버텨줘야 하고, 불펜 투수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의 이닝 부담을 줄이고 불펜 투수의 역할을 확대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닝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기는 어렵다. 상대적으로 질 좋은 구원투수가 부족한 KBO 리그라면 더 그렇다.
두산 라울 알칸타라가 10일 잠실 삼성전에서 6이닝 1실점(0자책) 역투로 8-2 팀 승리를 이끌며 시즌 20번째 퀄리티스타트(QS·6이닝 3자책 이하) 피칭을 했다. 올 시즌 KBO 리그 투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20QS 고지에 올랐다. 26차례 선발 등판에서 6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20승을 올렸던 2020시즌, 31차례 선발 등판해 27QS를 기록했던 ‘이닝 이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최근 알칸타라의 이닝 소화 능력은 특히 놀라운 수준이다. 지난달 9일 삼성전부터 지난 4일 롯데전까지 5경기 연속 7이닝 피칭을 했다. 롯데전만 4자책을 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2자책 이하로 퀄리티스타트플러스(QS+·7이닝 3자책 이하)를 찍었다.
알칸타라가 5경기 연속 7이닝 피칭을 하는 동안 두산은 1승 4패에 그쳤다. 타선이 침묵하거나 불펜이 난조를 보였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렇다고 알칸타라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4일 롯데전이 단적인 사례다. 시즌 첫 월요일 경기였고, 이후 더블헤더를 포함해 쉼 없이 7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일정을 앞두고 있었다. 필승조 소모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알칸타라는 1회에만 4실점을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7회까지 마운드 위에서 버티며 불펜 소모를 최대한으로 막았다. 두산은 이후 비로 경기가 취소된 5일을 제외하고 6일부터 10일까지 닷새 동안 더블헤더 포함 6경기가 열린 가혹한 일정 속에서 4승 2패로 버틸 수 있었다. 연전의 첫 경기, 첫 이닝 대량실점에도 마지막까지 책임감을 다한 알칸타라의 공로가 작지 않았다.
11일 현재 117경기를 치른 두산은 5위 SSG와 3경기 차 6위로 ‘가을 야구’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남은 27경기, 알칸타라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이달 말이면 국내 에이스 곽빈마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전력에서 이탈한다. 이승엽 감독 역시 알칸타라 활용법을 고민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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