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준 시간이라는 선물…나는 천국에 있었다”
미국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살레
리만머핀서울 ‘생명의 나무’ 展
분할된 화폭에 막장드라마같은
인간군상과 심리 해석 담아내
“피터 아르노와의 만남은 행운”
리만머핀 서울은 미국의 화가이자 저자,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살레의 신작 20여점을 소개하는 ‘World People’을 10월 28일까지 연다. 그는 34세에 휘트니미술관 최연소 회고전을 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다. 2020년부터 선보여 온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연작의 최신작을 만날 수 있다.
살레는 미국 대중문화나 상업 광고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관찰해 재해석하고 다양한 미술사적 레퍼런스와 재조합해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언어를 구축해왔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고 화면을 입체적으로 분할해 이질적 화풍을 병치해온 그의 작업 중에도 이번 신작은 특히 직관적이다. 익숙하거나 낯선 주제 간의 ‘충돌’로 ‘열린 해석’을 이끌어내온 그의 주특기가 어김없이 나타난다.
팬데믹 시기에 몰두한 작업들을 가지고 방한해 4일 만난 살레는 “저에게 코로나19는 시간이라는 선물을 줬다. 행정작업도 약속도 미팅도 없이 작업실에 있을 수 있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천국이었다. 1년 동안 농축된 시간, 아무것도 할일이 없는 시간이라는 선물이 주어져 다작을 할수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생명의 나무’ 연작은 신문 삽화 같은 이미지로 그려진 인물들의 가운데를 생명의 나무가 관통한다. 이는 기독교와 이슬람에서 창조의 근원을 상징하는 도상. 나무가 뿌리 내린 하단에는 또 하나의 캔버스가 덧붙여졌다.
살레는 “나는 작은 무대를 연출한다”고 말하며 예술과 삶의 문제들을 극적으로 연출해온 작가다. 신작에는 막장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Tree of Life, Couple’(2023)에는 두 남녀가 포옹을 하고, 오른편에는 줄무늬 옷을 입은 또 다른 남성이 커플을 응시한다. 관음증을 그린걸까, 바람난 아내를 보는 남편일까. 하단에는 비스듬히 누은 여인과, 거친 붓질의 추상표현이 함께 그려졌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초록색 나무는 작가의 연작에 일관성을 부여하며, 인물이 만들어낸 멜로드라마를 위협하는 색상과 추상의 불협화음적 요소들을 촉발시킨다.
‘뉴요커’ 지에 명성을 안겨준 미국의 국민 삽화가 피터 아르노의 그림을 차용한 화풍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세련된 유머와 그림으로 플레이보이, 재벌, 쾌락주의자 등 뉴욕 엘리트의 위선을 풍자적으로 폭로했던 아르노와 마찬가지로 살레 또한 인간 군상을 풍자한다. 작가는 “아르노의 그림을 접한 건 신이 주신 선물인 것 같다. 그의 그림은 인간 드라마적인 중량감이 있다. 단지 삽화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앙상블을 만들어 회화 자체로도 매력이 있었다. 이 정도로 입체적인 인물들이 아니었다면, 피터 아르노를 선택하지 않았을거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3년여간 몰두한 ‘생명의 나무’ 연작을 마무리하는 작업이다. 초기와 달리 최근작에서는 흑백의 인물이 색을 입고, 하단 패널이 더 구체적으로 변화했다. 작가는 “처음에는 이미지를 내가 어떻게 잘 구현할까에 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 메시지를 보여줄까에 신경을 쓴다. ‘인생이 멋지지 아니한가, 인생이 참 재미있지 아니한가’라는 질문이 생명나무 연작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연작이 지금이 멈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언젠가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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