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간 속으로' 김진원 감독 "원작과 정체성 차별화 고심"
"남시헌이라는 인물을 원작보다 어른스럽고 성숙하게 그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상견니' 팬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두렵지 않았냐고요? 여전히 두렵죠. 저도 원작을 아주 좋아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는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대만 드라마 '상견니'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원작이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던 터라 리메이크 작품 연출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원작의 감동을 이미 느낀 시청자들에게 원작의 감동을 되살리면서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진원 감독은 이런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원작과 다른 부분에는 '리메이크인데 이렇게까지 달라도 되느냐'는 반응이 나올 것 같고, 그렇다고 똑같이 만들면 연출자로서 '이럴 거면 왜 리메이크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원작과 같아야 하는 부분과 달라야 하는 부분의 밸런스(균형)를 찾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이야기의 뼈대를 '상견니'의 것을 유지하면서 인물의 성격이나 세부적인 설정, 주요 이야기와 무관한 서사 등을 수정했다.
한준희(전여빈 분)는 의문의 사람에게서 받은 카세트테이프 속 음악을 재생했다가 25년 전인 1998년 준희와 똑같이 생긴 고등학생 권민주의 몸으로 깨어난다.
권민주의 몸으로 깨어난 한준희의 앞에는 1년 전 사고로 숨진 준희의 연인 구연준(안효섭)과 똑같은 모습의 고등학생인 남시헌이 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권민주와 달리 한준희는 똑 부러지고 당찬 모습을 보이고, 이런 변화에 남시헌은 점차 권민주의 몸에 들어간 한준희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낀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와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과정, 정해진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인물들의 노력까지 '너의 시간 속으로'는 '상견니'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다.
다만 남시헌은 원작의 주인공 리쯔웨이(쉬광한)보다 한결 어른스러운 인물로 표현된다. 자신에게 고백한 여학생에게 리쯔웨이는 '차이' 성을 가진 여자를 만나면 단명한다는 이유를 대며 거절하는 반면, 남시헌은 운명의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며 거절한다.
김 감독은 "원작과 가장 차별화를 주려 한 점은 작품의 '톤'과 인물의 '결'이었다"며 "남시헌이라는 인물의 결을 보다 어른스럽고, 성숙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변화 때문에 실제로는 30대인 한준희가 10대인 남시헌을 바라보면서 사랑과 혼란의 감정을 느끼기에 더 자연스럽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인기곡들로 배경이 가득 채워진 것 역시 '너의 시간 속으로'가 원작과 차별화된 점이자 드라마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원작에서 대만의 인기곡 '라스트 댄스'가 시간 여행의 매개체 역할을 했다면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는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가 그 역할을 했다.
김 감독은 "어떤 곡을 쓸지 아주 많은 회의를 거쳤다"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건 권민주가 좋아하며 반복해서 들었을 노래여야 한다는 것이었고, 1998년 이전에 나온 노래여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라마에서 27세 이전에 세상을 떠난 천재들을 기리는 '27클럽'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서지원의 곡이 드라마에 잘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지원은 1996년 1월 스무 살의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드라마에 실린 '내 눈물 모아'는 그가 숨진 뒤 발표된 유작이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두 주인공이 모두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제작발표회에서도 '배우들의 연기'를 드라마의 강점으로 꼽았던 김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배우들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한 배우를 두 명의 인물로 보이게끔 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그다지 고민할 것이 없었다"며 "그만큼 안효섭과 전여빈이 많은 준비를 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11회를 촬영하면서 제가 '이 대목에 오면 왜 배우가 전여빈이어야 했는지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극찬했다.
드라마 후반부에는 권민주와 한준희가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전여빈이 실제 빔프로젝터를 통해 재생되는 자신의 모습과 대사를 보면서 대답하는 방식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저조차도 한 사람이 두 명을 연기한다기보다 민주와 준희라는 두 인물이 완전히 분리돼있다고 느꼈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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