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대물림 채용, 내부에만 몰래 공고하고 ‘아들’ 뽑아… 58명 부정합격 의혹 (종합)
경력 채용된 384명 중 58명(15.1%) 부정합격 의혹
개인정보 활용 60% 거부…'자녀 특혜채용’ 제대로 조사 못해
추천→서류 제출→면접→합격 하루 만에 끝난 고위직 자녀도
선관위는 “규정 미비했다, 잘 몰랐다, 실수다” 변명만
국민권익위원회가 ‘고위공직자 자녀 특혜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지난 7년 간의 경력 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58건의 부정합격 의혹을 적발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채용특혜 여부를 밝혀낼 수 있는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고, 권익위 조사 결과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밝혀낸 것이다.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선관위에서 일어난 채용 비리가 더 많이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익위는 11일 선관위가 지난 7년 간 자체 진행한 162회의 경력 채용 중 104회(64%)에서 ‘국가공무원법’과 선관위 자체 인사규정에서 정한 공정채용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난 7년간 경력채용으로 임용된 선관위 공무원 384명에 대해 6월 14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52일간 현장 조사를 거쳐 전수조사했다.
권익위 전수조사 결과 경력채용으로 임용된 384명 중 58명(15.1%)의 부정합격 의혹 등 채용비리 353건을 적발됐다. 부정합격 의혹을 받는 58명 중 특혜성 채용이 31명, 합격자 부당 결정이 29명이었다. 2명은 두 가지 사례에 모두 포함됐다. 권익위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반복적으로 부실한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선관위 채용 관련자 28명을 고발 조치했다. 가족 특혜 또는 부정청탁 여부 등 사실 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은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하기로 결정했다.
권익위가 고발한 주요 사례는 ▲학사학위 취득 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부적격자를 합격 처리 ▲평정표상 점수 수정 흔적이 있어 평정결과 조작 의혹이 있는 합격 처리 ▲담당업무가 미기재된 경력증명서를 토대로 근무경력을 인정해 합격 처리 ▲선관위 근무경력을 과다 인정한 합격 처리 등이다.
선관위는 한시임기제 채용 때 공고문을 시·구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올렸다. 그러자 한 구청 선거업무 담당자의 아들 A씨, 다른 구 선관위에서 비(非)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자 B씨 등 2명만 응시했고, 모두 최종 합격했다. 다른 부처에서 전입하는 채용 관련 응시 자격을 ‘35세 이하’로 공고했지만 35세가 넘는 지원자를 서류 전형에서 탈락시키지 않고 합격 처리하기도 했다. 최종 합격한 5명 중4명의 나이가 35세 이상이었다.
일반임기제 9급으로 채용할 때 선관위에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던 C씨의 근무 경력은 10개월 뿐인데도, 담당 업무가 명시되지 않은 경력증명서를 근거로 12개월로 인정해 최종 합격처리하기도 했다. 같은 경력을 가진 응시자 2명 중 선관위 근무자에게만 가점을 부여해 최종 합격시키기도 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합격자 결정 기준을 바꿔 서류 면접 전형 합격자를 탈락시키거나, 채용 공고와 다르게 예비 합격자를 추가로 채용하기도 했다.
선관위에서 다수의 채용비리가 발생한 데에는 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 위임규정에 따라 정례적 인사감사를 자체 실시해야 하지만 중앙선관위가 인사감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는 게 권익위 설명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권익위의 채용 비리 전수조사에 협조도 하지 않았다. 권익위는 “선관위의 자료 비협조로 비공무원 채용 전반, 공무원 경력 채용 합격자와 채용 관련자 간 가족 관계나 이해관계 여부 등은 점검할 수 없었다”며 “부정 합격의 책임 소재나 특혜 여부는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라고 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선관위에 수 차례 채용 관련자 인사기록 카드나 인사시스템 접속 권한, 발령 대장, 비공무원 채용 자료 등을 요구했으나 전부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문제된 것이 공무원 자녀 특혜채용인데, 관련해 (선관위 직원들이) 본인과 가족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한 것이 41%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60%가 거부되어서, 전혀 조사할 수 없었다”며 “부정청탁이나 지시, 가족관계에 대해 선관위 협조가 전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선관위가 조사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부위원장은 “선관위는 절차 위반이나 불법에 대해 단순히 ‘규정이 미비했다, 잘 몰랐다, 당사자 실수다’ 정도의 변명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일 채용’도 있었다. 한 선관위 고위직 자녀가 추천을 받고 서류를 내서 면접을 보고 채용이 마무리되는 데까지 ‘하루’ 만에 끝났는데, 이렇게 채용된 직원이 28명이다. 정 부위원장은 “아주 문제가 있다”며 “어떤 경위로 추천을 받아 당일에 채용이 되었는지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법적 근거 없는 임기제 채용 1년 후 정규직 공무원으로 전환을 금지하고, 채용공고 없이 1인이 응시한 후 합격자가 선정되는 채용제도를 폐지하라고 선관위에 제안했다. 또 선관위 별로 운영되는 채용 공고문과 서류·면접 심사표도 표준화하라고 했다. 인사 지도점검도 실효성을 갖게 실시하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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