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놓고 있다간 미국처럼… "비만 '총력전' 절실하다"
대한비만학회가 새로운 치료제 개발 등의 영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비만치료의 현황을 재확인하고 전(全) 주기에 걸친 비만 예방·치료·관리 정책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대한비만학회 ICOMES 국제학술대회(ICOMES 2023)가 성료했다. '이젠 비만을 정복할 때'(Now is the Time to Conquer Obesity)라는 주제로 진행된 학회엔 총 26개국 10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석했다.
지난 7~9일 사흘 동안 모두 55개 세션이 이어지며 130개의 강연과 발표가 이어졌다. 제출된 초록 개수만 293개에 달했다. 이는 역대 대한비만학회 학술대회뿐 아니라 그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열렸던 비만 관련 학술대회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이번 학회는 기존의 비만 관련 연구와 치료법 공유뿐 아니라 식욕 자극 중추에 대한 뇌신경과학 연구 내용과 신규 비만치료제의 개발 현황·임상 결과 등 광범위한 최신 연구 현황이 공유됐다.
특히 노보노디스크가 개발·출시한 삭센다, 위고비 등의 GLP-1 약물의 도입으로 전환기를 맞은 비만치료의 패러다임을 재차 확인하며 관련 정책과 비만치료법의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비만치료 신시대 열렸다... 체중감량 효과, 위수술 32% vs GLP-1 병행 치료 24%
마지막 날인 9일 '비만 치료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최종 강연을 진행한 영국 리버풀대 존 와이딩 교수는 각종 비만 관리 방식의 임상 효과를 비교하며 비만치료의 패러다임이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와이딩 교수에 따르면, 기존에 비만치료 효과가 가장 좋았던 방법은 수술 기법이었다. 위절제술의 체중 감량 정도는 24~38%, 위 밴드와 슬리브 시술(위소매절제술)은 각각 최대 23%와 28% 수준이었다.
최근 도입이 본격화한 GLP-1 계열의 신규 약물을 비만 치료에 활용했을 때에도 최대 24%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 수술 요법과 엇비슷한 수준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반면, 단순 생활습관 교정만으론 체중 감량 효과가 3~5%에 그쳤다. 따라서, 와이딩 교수는 "GLP-1 약물의 사용으로 그 어느 때보다 효과적인 비만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면서 "이에 맞춰 의학적으로 전문적인 비만 관리·치료 체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내에도 정책 정비해야... '전문 전주기 치료 프로그램' 도입 촉구
이번 학술대회에선 대한비만학회를 중심으로 비만 관리·치료와 관련한 국내 정책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졌다.
첫날인 7일 학회는 정책 심포지엄을 열어 국내에도 전주기 비만 관리 정책을 도입하고 관련 치료내용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수가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새로운 비만 치료제의 도입에 맞춰 기존에 비급여로 처방되던 비만 치료 목적의 약물을 대상으로 급여를 확대하고 △비만치료의 범위를 약물과 의학적 개입에 의한 체중 관리뿐 아니라 생활습관과 운동 교정, 심리상담 등 전 주기로 대폭 확대해 수가제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김경곤 대한비만학회 부회장(길병원 가정의학과)은 "최근 우리나라의 고도비만 및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의 빠른 증가 패턴을 볼 때 비만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아마 10~20년 이내에 미국과 서구 여러 나라의 상황을 곧 따라잡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9일에는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가 정부의 '제2차 국가비만관리 종합 대책' 논의 현황을 보고하기도 했다. 해당 대책은 지난해 종료한 1차 대책의 후속 정책으로, 올 상반기 발표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발표가 미뤄진 상황이다. 강 교수는 보건복지부 산하 관련 위원회에서 정책 조율에 관여하고 있다.
강 교수는 조만간 해당 대책이 확정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대책이 충분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모든 관계부처의 소통을 강화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 교수는 이어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등하고 있는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건강한 학교'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별도의 세션을 통해 대한비만학회 운동위원회는 올해 활동 현황을 보고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체질량지수(BMI) 35 이상의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운동 치료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작업 중이며 연내 관련 연구와 가이드라인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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