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 하든···'조코비치 시대' 저물지 않는다
세계 3위 메드베데프 3대0 격파
올 메이저만 3승 'GOAT' 입증
최고령 단식 세계 1위도 초읽기
백신 소동에 '비호감' 낙인 찍혀도
英 BBC "넘볼수 없는 경지 올라"
코로나19로 고통을 겪은 스포츠 선수를 꼽으라면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는 첫 번째를 다툴 것이다. 최전성기였던 지난해 1월 호주 오픈에 참가하려다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호주 정부로부터 추방 당했다. 조사를 받는 동안 휴대폰도 압수 당한 채 현지 공항에 갇혀 지내야 했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국 금지로 인해 US 오픈에도 나서지 못했다. 백신 거부는 개인적 소신이라는 해명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이기적이다” 등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후원 계약마저 끊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후 시간은 흘렀고 팬데믹도 끝을 보이면서 백신과 관련한 소동은 옛일이 됐다. 조코비치 역시 시간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었다. 대회와 훈련 스케줄이 꼬일 대로 꼬여버렸고 ‘비호감’ 낙인은 더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1년 여가 지난 지금, 테니스는 여전히 조코비치다. 11일(한국 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의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끝난 US 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는 세계 3위 다닐 메드베데프(27·러시아)를 3대0(6대3 7대6<7대5> 6대3)으로 돌려 세우고 이렇게 말했다. “이번 우승은 내게 세상 전부와 같습니다.”
◇오픈 시대 유일한 24회 우승···'GOAT' 논쟁서 어깨 편 슈퍼휴먼=통산 24번째 메이저 단식 우승이다. 상금은 300만 달러(40억 1000만 원). 조코비치는 남녀 통틀어 호주의 여자 선수 마거릿 코트(1977년 은퇴)와 메이저 단식 최다 우승 기록을 공유하게 됐다. 하지만 오픈 시대 이후에만 24차례 우승한 선수는 남녀 통틀어 조코비치뿐이다. 프로 선수의 메이저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를 오픈 시대라고 한다.
테니스에서 ‘역대 최고(Greatest of all time·GOAT)’를 논할 때는 항상 3명이 등장한다. 로저 페더러(은퇴·스위스)와 라파엘 나달(내년 은퇴 예정·스페인), 그리고 조코비치다. 물론 취향과 영향력 등 ‘정성적 평가’ 측면을 보자면 테니스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페더러나 불처럼 뜨겁고 섹시한 테니스의 나달이 많은 표를 얻을 수 있겠지만 ‘정량적’으로 메이저 기록만 따지면 단연 조코비치가 앞선다. 나달의 메이저 22회, 페더러의 20회 우승을 훌쩍 넘었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조코비치는 올해 4대 메이저 중 3개(호주·프랑스·US 오픈)를 휩쓸었다. 윔블던만 준우승했다. 한 해 3개 메이저 우승도 벌써 네 번째다. 영국 BBC의 전문가들은 “슈퍼휴먼 그 자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올랐다”고 평했다.
◇끝 모를 전성기···메이저 369승 경신도 초읽기=조코비치는 상대 첫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1세트 3대0으로 앞서나가 승기를 잡았다. 2세트 5대6에서 세트 포인트를 허용하는 등 고전했으나 결국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낸 뒤 어렵지 않게 3세트마저 가져갔다. 2년 전 이 대회 결승에서 메드베데프에게 당한 0대3 패배를 똑같이 되돌려줬다. 아홉 살이나 어린 상대에게 조코비치는 서브 에이스에서만 4대6으로 밀렸을 뿐 공격 성공 횟수에서 38대32로 앞서고 실책도 35개(메드베데프 38개)로 더 적었다.
어릴 적 조코비치에게 테니스는 생존의 문제였다.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 속에 빵과 우유를 배급 받으려 종일 줄을 서야 했다. 물 뺀 수영장 바닥이나 방공호 벽을 이용해 스트로크 연습을 했다. 그렇게 처절하게 꿈을 키운 소년은 통산 상금 2335억 원의 대스타가 되고도 여전히 절실한 테니스를 한다.
메이저 우승 24회 가운데 절반을 30세 이후 따낼 만큼 세월에 더 무르익는 조코비치는 페더러의 메이저 경기 통산 최다 승리(369승) 경신을 눈앞에 뒀다. 현재 361승이라 내년에 무난히 신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승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세계 1위 탈환을 확정했던 조코비치는 페더러의 최고령 단식 세계 1위 기록(36세 10개월)마저 곧 깰 것으로 전망된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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