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관위 믿을 수 있나…부정합격 58명 등 채용비리 253건 적발
권익위 “선관위 자료 비협조, 가족관계·이해관계 등은 점검 못해”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선거관리위원회의 공무원 경력채용 전수조사 결과 부정합격 의혹 58명 등 총 353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의 신뢰가 크게 손상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지난 2017년 1월 1일부터 지난 5월 31일까지 선관위가 실시한 공무원 경력채용 과정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선관위 채용실태 전수조사 결과 58명의 부정합격 의혹 등 채용비리 총 353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선관위 채용관련자 28명을 고발 조치하고 312건은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 지난 7년간 선관위가 자체 진행한 162회의 경력채용 중 절반을 넘어 64%에 달하는 104회에 걸쳐 국가공무원법과 선관위 자체 인사규정에서 정한 공정채용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 위임규정에 따라 정례적 인사감사를 자체 실시해야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인사감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는 등 감사를 나태하게 했고 이로 인해 불공정 채용이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부정합격 의혹자는 지난 7년간 선관위 공무원 경력 채용으로 임명된 384명 가운데 약 15%에 달하는 58명으로 특혜성 채용 31명, 합격자 부당결정 29명이었다.
2명은 중복 포함이다.
먼저 국가공무원법상 5급 이하 임기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경력채용 절차를 별도로 거쳐야 하지만 5급 사무관 3명을 포함한 31명은 1년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뒤 서류나 면접시험 없이 정규직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됐다.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채용공고를 게재해 사실상 선관위 관련자만 응시하게 하거나 나이 등 자격 요건 미달 응시자를 합격시킨 사례도 있었다.
또 동일 경력인 응시자가 나오자 선관위 근무자에게만 가점을 부여해 최종합격시키거나, 담당업무가 기재되지 않은 경력증명서를 근거로 부적격자를 합격 처리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결정 기준을 바꿔 서류·면접 전형 합격자를 탈락시키거나 채용공고와 다르게 예비합격자를 추가 채용하는 경우도 적발됐다.
이와 함께 권익위는 국가공무원법과 선관위 자체 인사규정 절차를 위반한 299건도 적발했다.
관련분야 실무경력 1년 이상을 선관위 실무경력 1년 이상으로 규정보다 과도하게 응시자격 기준을 제한해 결과적으로 선관위 근무경력자에게만 응시기회를 부여하는 식이었다.
채용공고 기간을 10일에서 4일로 단축하거나, 관리·운영 직군의 신규채용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고위직 비서 2명을 관리·운영 직군으로 채용해 임기를 연장하기도 했다.
11개 지역선관위에서는 외부 위원을 50% 이상 위촉해야 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내부위원으로만 구성한 사례 26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우대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가점을 부여하고, 응시자가 제출한 경력 등 증빙자료에 대한 검증·확인 절차 없이 181명을 합격자로 임용하기까지 했다.
권익위는 가족 특혜 또는 부정청탁 여부 등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특히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반복적으로 부실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채용관련자 28명에 대해 고발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고발 사례로는 학사학위 취득 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부적격자, 점수 수정 흔적이 평정결과 조작 의혹이 있는 경우, 담당업무가 기재되지 않은 경력증명서를 토대로 경력을 인정한 경우, 선관위 근무경력을 과다 인정한 경우 등이다.
더군다나 선관위는 권익위 조사에도 비협조적이었다.
이와 관련 권익위는 “선관위의 자료 비협조로 비공무원 채용 전반, 공무원 경력채용 합격자와 채용관련자 간 가족관계나 이해관계 여부 등은 점검할 수 없었다”며 “부정합격의 책임 소재나 특혜 여부는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선관위의 공정채용 훼손 원인에 대해 국가공무원 채용제도와 다른 선관위의 자의적 채용 제도, 자체 감사를 통한 자정활동 미흡에 있다고 보고 정책·제도 개선사항을 마련해 제안했다.
법적 근거 없는 임기제 채용 1년 후 정규직 공무원 전환 금지, 채용공고 없이 1인 응시 후 합격자가 선정되는 비다수인 채용제도 폐지, 선관위별 제각각 운영되는 채용 공고문과 서류·면접 심사표 표준화 등이다.
권익위는 또 중앙선관위가 지난 7년간 인사 지도점검이 전혀 없었고, 지역선관위는 2~3년 주기로 자체 인사 지도점검을 실시했으나 그마저도 채용을 진행한 당사자인 인사과가 담당해 문제를 바로잡지 못했다며 이와 관련된 개선방안 마련도 제안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공무원 채용 공정성은 국민이 공공기관에 기대하는 기본적인 신뢰 문제”라며“이번 조사결과가 공정채용 문화 정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이어 “권익위는 ‘청년에게 공정한 도약의 기회 보장’이라는 정부 국정과제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공정채용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14일부터 8월 4일까지 중앙선관위와 18개 시·도 선관위를 대상으로 선관위에서 실시한 경쟁채용 및 비다수인 대상 등 경력채용 과정의 적정성 여부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권익위 부패방지부위원장을 단장으로 권익위와 인사혁신처, 경찰청 소속 조사관 등 총 37명의 조사단을 구성해 운영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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