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났어요" 아침 깨운 외침…14층까지 뛴 경찰, 40여명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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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층에 불이 났어요. 검은 연기가 막 나오는데 도와주세요."
신고자인 아파트 경비원은 화재 경보기가 울려서 확인해보니 1층에서 매캐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경찰 5명은 아파트 1층부터 14층까지 층층마다 뛰어다니며 주민들을 직접 대피시키기로 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1층은 40대 여성이 머물던 곳으로 화재 당시 내부에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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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층에 불이 났어요. 검은 연기가 막 나오는데 도와주세요."
일요일 아침인 지난 10일 오전 8시쯤. 서울 성동구 서울숲지구대에는 코드1이 발령됐다.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코드1은 위험이 임박한 경우 발령되는 '긴급 출동 지령'으로 최단 기간 출동하라는 뜻이다.
신고자인 아파트 경비원은 화재 경보기가 울려서 확인해보니 1층에서 매캐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기와 가스를 차단한 뒤 소방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근처에서 순찰을 돌던 서울숲지구대 2팀 김도현 순경은 소방 공동 대응 요청을 받고 최유식 경감, 강주헌 경위, 임태봉 경위, 조승연 경장과 함께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은 1층 베란다 방범창을 뜯고 내부에 진입하고 있었다. 검은 연기는 좁은 창을 뚫고 폭포수처럼 빠져나왔다. 김 순경은 팀장 지휘 하에 관리사무소로 뛰어가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니 밖으로 대피해달라'고 안내 방송을 했다. 하지만 방송음은 고장이 나 지지직거리고 딩동딩동 알림음만 울려댔다.
경찰 5명은 아파트 1층부터 14층까지 층층마다 뛰어다니며 주민들을 직접 대피시키기로 했다. 순찰캠을 이용해 화재 상황을 112상황실과 공유하기도 했다. 순찰캠은 현장 상황을 경찰 내부망과 공유하는 카메라로 위험 상황에서 추가 인원을 투입할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김 순경은 "대피 방송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아 총 28가구에 하나하나 찾아갔다"며 "내부에 들어가니 엘리베이터와 복도에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앞이 뿌옇고 목도 콱콱 막히는 느낌이었다. 손으로 얼굴을 막고 계단 창문을 열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갑작스런 화재 소식에 당황했다. 김 순경은 "이른 아침이라 화재를 인지하지 못한 분들도 많았다. 다들 화들짝 놀라면서 안내에 따라 빠르게 계단 밑으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1층부터 14층까지 계단으로 오르내리면서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했다. 김 순경은 "당시에 가장 중요한 건 주민들 대피였다"며 "한 명이라도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서 숨이 턱 막힌다는 느낌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4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있었다. 잠옷 차림으로 나온 시민들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화재 현장을 지켜봤다. 여기저기서 '아침부터 무슨 일이냐' '갑자기 왜 불이 났느냐' 등의 소리가 들렸다. 김 순경은 소방이 진화 작업을 하는 동안 집집마다 몇 명이 대피했는지 등 인원수를 확인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1층은 40대 여성이 머물던 곳으로 화재 당시 내부에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발화지는 화장실 입구 쪽으로 추정되며 자세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다. 화재 진압은 1시간 내에 모두 종료됐으며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김 순경은 올해 입직한 1년 차 새내기 경찰이다. 김 순경은 "어린 시절부터 마을 순찰대원으로 활동하며 경찰을 동경하게 됐다"며 "지구대에 근무하며 신속한 초동조치로 주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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