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사망’ 용인 체육교사, 학부모에 합의 전화 수차례 걸었다

학부모 측, A 교사 과실치상 혐의 고소에 더해 교육청에 감사와 징계 요구도

지난 4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고등학교 앞에 전날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 있다. 뉴시스

 
수업 중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이 다쳐 과실치상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던 경기 용인 소재 고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기 전 해당 학부모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하려 했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숨진 A(61)씨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A씨가 8월 하순까지 자신을 고소한 학부모에 여러 번 전화를 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통화는 일부만 연결됐으며, 고소 관련 합의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체육교사였던 A씨는 지난 3일 오전 10시35분쯤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청계산 등산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는 유서를 갖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어 해당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6월 해당 고교에서 A씨가 체육 수업 시간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 한 명이 다른 학생이 찬 공에 맞아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큰 부상을 입은 B양 측은 A씨와 가해 학생을 과실치상 등 혐의로 7월 초 용인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B양은 진료확인서 등 제출과 함께 8월 초 경찰 피해자 조사를 받았고, A씨와 가해 학생은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A씨는 경찰에 출석 일정을 조율하면서 ‘고소장을 보고 변호인과 상의하고 싶다’는 취지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밟아 8월 말 B양 측이 낸 고소장을 확인했다.

해당 학교 측은 A씨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는데, B양 측은 해당 처분이 부족하다며 교육청에 A씨에 대한 감사와 징계를 요청했다. 이에 교육청은 해당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유족은 A씨가 생전 처한 상황으로 인해 큰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과도한 민원 등이 A씨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사망 원인으로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