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뉴스타파 김만배 보도, 대선 영향력 미미"
"사형, 반국가범죄" 국힘 지도부와 온도차 뚜렷 "尹安 단일화가 더 큰 변수"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지난해 국민의힘 대표로 대선을 지휘한 이준석 전 대표가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 보도에 “선거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려운 '무관심 폭로'였다”고 평가했다. 현 국민의힘 지도부가 뉴스타파 보도를 '공작 뉴스'로 규정하고 “사형에 처해야 할 반국가적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MBC 시사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해) 사실 아무 기억이 안 난다”며 “그 당시 '대장동 사건'하면 많은 국민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행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의심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민주당 측에서 '윤석열이 대장동 몸통'이라고 주장하면 하나의 코미디로 받아들였다. 전혀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뉴스타파 측이 녹취 보도를) 일찍 내놓지 못했던 이유는 본인들도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3월6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의 대화 녹취를 보도했다.
보도 요지는 김씨가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와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을 통해 2011년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씨의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를 무마했다고 주장한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김씨와 신 전 위원장 사이 1억6500만 원 규모의 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뉴스타파 보도 신빙성이 크게 흔들렸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대대적 수사에 나섰고, 대통령 직속 방송규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도 뉴스타파에 대한 제재와 규제를 공언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1일 “선거, 여론, 대선 조작을 해도 되는 반역 면허는 어느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연일 뉴스타파를 비판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이 전 대표 발언에선 온도 차가 느껴진다. 이 전 대표는 “대선 직전, 정국을 휘어잡았던 뉴스는 단일화하지 않겠다는 안철수 후보가 갑자기 단일화하겠다고 손을 들고 온 것”이라며 “그 이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그것만 신경 썼다. 뉴스타파 보도는 선거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보긴 어렵다. (국민 관심을 받지 못한) 무관심 폭로였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전 대표는 “뉴스타파 보도에 조작 의도가 밝혀지면 그것은 중차대한 잘못이다. 언론인으로서 윤리 위반이기 때문에 처벌까진 모르겠지만 대책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이 보도 때문에 대선 색깔이 바뀐다거나 (국민의힘에) 위기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도 “가짜뉴스는 근절돼야 한다”면서도 “지금 여당 워딩은 너무 자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국면 때 대장동 비리 검증 특위에서 활동했는데, 내게 관련 자료가 있다는 걸 알고 MBC, JTBC, SBS, KBS 등 여러 언론사들에서 엄청나게 전화가 왔다. 정말 생활이 안 될 정도였다”고 술회했다.
이 의원은 “기자분들이 공통적으로 요청한 건 대장동 사건 취재 내용이 아니라 단독 보도를 달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보도되지 않은 자료를 달라는 것이었다”며 “그때 당시 무자비할 정도로 속보 단독 경쟁이 엄청 났다. 뉴스타파와 같은 일이 (국민의힘 진영 쪽에서도)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한정된 시간 아래 무자비한 속보 단독 경쟁이 일어나는 것에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깊게 진단해야 할 것이지, 이를 두고 '국기문란 행위'라는 식으로 자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 대응 방식과 언론관을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 검사로서 사회부 취재에 익숙하다. 수사는 내밀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검사 입장에서 (수사 보도는) 통제가 가능하다. 검사가 말하고 싶은 것만 보도가 되는 것”이라며 “그런 윤 대통령 입장에선 지금의 정치부 취재나 용산 대통령실 취재가 이해 안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왜 이렇게 보도하는 거냐'고 궁금하실 수 있는데 언론 생리가 원래 그렇다. 개별 언론들의 의견이 일치할 수 없고, 다양한 관점의 보도가 나오기 마련”이라며 “(윤 대통령은) '나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언론은 왜 안 따라주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재료가 좋으면 언론이 아무리 비틀어도 맛있는 요리로 보도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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