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공정해야하는 곳 아니었어?”…선관위 채용비리 353건
특혜성 채용·부당합격 결정 등 대표 사례
직원 28명 고발조치···312건 수사 의뢰
권익위는 지난 5월 선관위 고위공직자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이후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을 단장으로 인사혁신처·경찰청 인력을 포함한 총 37명의 전담 조사단을 구성했다. 적발된 58명의 부정채용 의심 사례 중에는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채용 공고를 게재해 선관위 관련자만 응시할 수 있도록 한 ‘깜깜이 채용’이 있었다. 또 당일 추천을 받아 서류를 내고, 당일에 면접한 뒤 그날 채용되는 ‘하이패스 채용’ 등 황당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11일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앙선관위는 7년간 인사 감사를 전혀 받지 않는 등 자체 감사 활동을 해태하고 외부 통제도 전혀 없이 동일한 유형의 불공정 채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혜성 채용 사례를 보면 5급 사무관 3명을 포함해 모두 31명을 1년 임기의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한 뒤 별도의 서류나 면접 없이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5급 이하 임기제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경력채용 절차를 별도로 거치게 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인 것이다.
한 지역 선관위는 휴직, 출산휴가자 업무대행을 위해 1년6개월 미만, 주 35시간 이하 근무하는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하면서 선관위 내부에 비치된 벽보형 게시판에만 채용 공고를 냈다. 이를 통해 3명이 해당 채용 공고를 보고 각각 단독으로 응시해 일반직 7~9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처음부터 선관위에 ‘연’이 있는 사람만 응할 수 있는 ‘깜깜이 채용’이었던 것이다. 이들 중 한 명은 A구청의 선거 업무 담당자 아들이었고, 다른 한 명은 B구 선관위에서 비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13명은 나이·학위 등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데도 합격했거나,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다른 응시자가 탈락하는 가운데 합격한 경우였다. 이들은 일반직 7~9급 또는 임기제 공무원 ‘라’급으로 채용됐다. 다른 한 명은 경쟁자와 경력 수준이 동등했지만, 현재 선관위 임기제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라는 이유로 채용 공고상 근거 없이 가점을 받아 경쟁자를 탈락시키고 6급 상당의 전문 임기제 ‘다’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당일 추천·면접·합격 과정을 거친 ‘하이패스 채용’도 있었다. 공고 당일 추천을 받아 서류를 내고, 당일에 면접한 뒤 그날 채용되는 채용제도가 확인된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58명의 부정채용 의심자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 부위원장은 “부정청탁이나 윗선의 지시·가족관계 등을 조사하려 했지만 선관위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개인정보 동의서를 41%밖에 받지 못했다”면서 “경찰이 권익위가 적발한 채용비리 의심 353건에 대해서는 업무 관련자·시험위원·합격자 등의 전반적인 가족관계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선관위의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국가공무원 채용제도와 달리 선관위가 제도를 자의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개선안을 선관위에 제안했다. 제안된 주요 내용은 △임기제 채용 1년 뒤 정규직 공무원 전환 금지 △채용 공고 없이 1인 응시 뒤 합격자가 선정되는 ‘비다수인 채용제도(당일 채용)’ 폐지 △선관위별로 제각각 운영되는 채용 공고문과 심사표 표준화 등이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전수조사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우리 위원회가 소명한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주재로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대강당에서 ‘청렴 실천 서약식’을 갖고 김용빈 사무총장으로부터 전 직원의 서명이 담긴 청렴 실천 서약서를 건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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