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메모리 미스터리'…화웨이 어떻게 가져다 썼나?

이인준 기자 2023. 9. 11. 14: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 SK하닉 메모리 사용 논란
'우회 수입' 가능성…中 유통구조 다양, 파악 난항
中 장비 규제 유예 변수로…기술격차 확인 해석도
[서울=뉴시스] 미국의 대중국 제재 속에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5세대(5G)' 통신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 발매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사진은 화웨이의 최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사진. <사진출처: 화웨이 공식 사이트> 2023.09.04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중국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서, 3년 이상 화웨이로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강도 높은 반도체 수출 규제를 하고 있지만, 반도체 유통 구조에 일부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중국 내 반도체 유통 구조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해 어떻게 화웨이 스마트폰에 SK 반도체가 쓰였는지 경위 파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메이터 60 프로에 사용된 메모리 반도체 중 일부는 SK하이닉스의 저전력(LP)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D램 제품과 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UFS) 3.1 낸드플래시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제품의 생산 시기가 올해 20~21주차(5월 하순)으로, 비교적 최근 생산한 반도체라는 점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수출관리규정(EAR)을 개정해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강화해왔다. 이 시점 이후 SK하이닉스는 중국 화웨이와 반도체 거래도 하지 않았다.

이에 화웨이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어떤 루트를 통해, 어떻게 구했느냐가 업계의 관심사다. 화웨이는 아직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제3국을 거쳐 중국으로 반도체가 들어가는 '우회 수입'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화웨이 해당 스마트폰은 초도 생산 물량이 최소 수백만대로 알려져 만만치 않은 SK하이닉스 반도체가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구체적인 생산 시기를 알진 못한다"며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이 문제를 신고했고, 자체적으로 경위 파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메모리 유통구조 다양…추적 쉽지 않을 듯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제품 유통 루트가 워낙 다양해 반도체 유통 경로를 일일이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유통구조는 SK하이닉스 같은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 외에 대리상을 통한 위탁판매,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등이 있다. 창고에 쌓아뒀던 메모리를 필요한 기업들끼리 거래하는 비공식 거래도 적지 않다.

또 코로나19 이후 중국 내 전자부품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가 늘고 있는 것도 이번 사태 파악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중국 온라인 장터에서는 중고 스마트폰을 분해해 얻은 것으로 추정되는 부품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메모리 반도체는 표준품이기 때문에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제조사와 직접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구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다"며 "유통 과정을 일일이 확인하기란 상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우회적 경로를 통한 거래가 워낙 많아, 실제 거래 루트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중국 유튜브 채널 '위키홈(WekiHome)'이 분해한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 dj업계에서는 해당 제품이 올해 20~21주차(5월 하순)에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사진=유튜브 캡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업계, 규제 ‘불똥’ 촉각…메모리 초격차 확인 긍정론도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로 미국의 수출 규제가 더욱 촘촘해질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내놓는다. 송명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스마트폰에 어떻게 SK하이닉스 반도체가 쓰였는지 미국이 아주 구체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중국 공장 반도체 공장에 대한 첨단장비 반입 유예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했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한국과 대만 기업은 1년간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오는 10월 또 다시 연장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데, 그동안 한국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장비 반입 유예기간 연장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높았다. 하지만 화웨이 스마트폰의 이번 기술 자립화 정도가 미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라 대중국 수출 규제의 판도를 바꿀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단 아직 구체적인 정황을 단정 짓기는 이르다는 진단이다. 현재 미국의 관심은 SK하이닉스의 메모리칩이 아닌 중국 업체들이 생산한 것으로 알려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쏠린다.

이 부품은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중국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SMIC가 생산을 맡았다. 따라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를 중국이 실제로 자력 개발했느냐가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또 한편에선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과 미국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웨이가 90% 이상 부품을 중국산으로 대체하고도, 메모리 반도체는 SK하이닉스의 제품을 써야할 정도로 메모리 분야는 아직 기술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