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 공항 유치 문제로 두 동강 난 ‘함평 민심’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3. 9. 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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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군 공항 유치’ 놓고 지역 주민 간 찬반 충돌
“백지화 선언하라” vs “군민여론조사로 결정해야”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5일 낮, 한적한 함평읍 중앙로 ⓒ시사저널

지난 9월 5일 낮, 전남 함평읍에서 가장 번화한 중앙로 네거리. 광주 군 공항 유치문제를 두고 찬반 주민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40대 초중반의 군 공항 함평 유치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목에 피켓을 걸고 1인 시위를 하자 이곳을 지나가던 70대 주민이 끼어들면서 언쟁이 시작됐다. 이들은 서로 상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기주장을 펴기에 바빴다. 군 공항 유치가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는 주장과 지역발전론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한적한 대낮에 읍내 대로변에서의 이들의 티격태격 모습은 생경함을 넘어 함평의 두 동강 난 민심을 극명히 보여줬다. 때마침 점심 식사 후 이 광경을 목격한 군민들의 표정에서도 착잡함이 역력했다. 70대 주민 A씨는 "한때 5만 명이 넘던 함평 인구가 3만 명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며 "군 공항 이전사업을 통해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함평 발전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지난 9월 5일 낮, 전남 함평읍에서 가장 번화한 중앙로 네거리에서 광주 군 공항 유치에 대한 찬반 주민들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반면 1인 시위 주민들은 군공항 유치에 나선 함평군에 대해 거침없이 불만을 쏟아냈다. 이들은  "군 공항이 들어서면 주변이 개발 제한구역으로 묶이고 소음 피해를 입는 등 기피시설이다"며 "시끄러운 군 공항을 옆에 두느니 차라리 없는 편이 좋다"고 했다. 이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결국 식당과 술집들이 한시적으로 호황을 누릴 뿐이다. 군청의 지역경제 활성화 타령에 그만 놀아나야한다"고 힐난했다. 

광주 군공항 유치를 둘러싼 주민 간 첨예한 갈등은 7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월 민간 중심 군공항유치위원회가 출범한데 이어 석달 뒤인 5월 8일 이상익 함평군수가 담화문을 통해 '광주 군 공항' 유치 추진을 공식 선언하면서 행정 차원에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전남 도내 지자체 중 광주 군 공항 유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함평군이 처음이었다. 지역소멸의 위기로부터 함평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을 내걸었다. 

그러나 군공항 유치는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유치위가 대주민 찬성 여론 조성 작업을 본격화하고 함평군이 광주 군공항 유치 입장을 천명한 후 지역사회는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라졌다. 일부 주민들은 부패 연루 의혹을 거론하며 군수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전남도는 최근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숙원사업 추진을 발표하면서 함평군이 내건 유치 명분의 희석에 나선 모양새다. 이처럼 당장 발등에 떨어진 여론 악화와 전남도의 압박(?)에 처한 함평군은 주민 여론조사를 두 차례나 연기하면서 지역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은 오는 2028년까지 이전 군공항 건설 4조791억원, 이전 주변지역 지원에 4508억원 등 모두 5조7480억원을 들여 종전부지(8.2㎢, 248만평)를 개발한 뒤 그 수익금으로 15.3㎢(463만평) 규모의 신공항을 짓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을 골자로 한 대형 프로젝트다.

이상익 함평군수가 5월 8일 군청 5층 대회의실에서 광주 군 공항 유치 관련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함평군

찬성 측 "인구소멸 함평 살리는 길" 

유치 찬성 쪽은 광주 군 공항의 함평 이전이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함평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군 공항이 함평 이전 됐을 때 받게 될 정부 지원과 인구 유입 등이 지역에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함평군 인구는 2013년 3만5610명에서 지난 4월 3만791명으로 줄어 '3만명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군 공항 유치에 앞장서고 있는 나연호 광주 군공항 함평군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군 공항 유치로 인한 군인들이 유입이 많아지면 소비 촉진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정부 지원으로 지역에 다양한 역점사업들을 할 수 있게 되면 그 또한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방부와 광주시는 광주 군 공항 부대 주둔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30년간 생산 유발 1조 원, 부가가치 유발 5조7000억 원, 취업유발 1만4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밖에 소음에 따른 현금 보상과 각종 인센티브 등도 제시될 수 있다.

나 위원장은 일부 시민들의 함평군 축산농가의 소음피해 우려에 대해서는 "지난 1월 중순 몇몇 군민들과 대구 군 공항 사업을 유치한 경북 의성군 축산농가를 다녀왔다"며 "농가에 가보니 소음으로 인해 소의 출산율과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9일 함평군청 앞에서 열린 광주 군 공항 유치 반대 집회 ⓒ반대 투쟁본부

반대 측 "되레 인구 소멸 재촉"

이와 달리 반대 측은 소음 등으로 인구가 되레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투비행장 강행 이상익 군수 파면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 이형섭 공동 대표는 "군 공항이 오면 군인 등 인구가 늘어 지역소멸을 막는다고 하지만 오히려 정주인구는 소음 등으로 줄어들고 유입인구도 잠시 반짝할 뿐 주민이주로 전체적으로 인구가 빠르게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찬성 측이 군 공항이 오면 군속 가족 등의 전입으로 인구가 늘어 지역소멸을 막는다고 하지만 이들은 자녀 교육 등을 핑계로 가까운 광주에서 출퇴근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그렇게 좋은 것이면 광주에서 그냥 붙들고 있지 왜 내 보내려 하겠는 가. 왜 굳이 함평에 전투비행장이 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에 전투비행장이 16곳에 있다. 좁은 나라에 너무 많다. 서로 통합하든가 아니면 아예 (광주 군공항을)없애면 된다"고 말했다.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T-50고등훈련기가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1전비

"유치 선언 철회하라" 

함평군의 유치 선언에 대해서도 양측 의견은 갈라졌다. 광주 군공항 유치 선언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유치 여부를 주민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격돌하고 있다.

여론 투표를 실시해 군 공항 유치에 반대하는 군민이 많으면 유치 선언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자 측의 논리다. 반면 비리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현 군수는 함평의 명운을 가름할 중차대한 문제를 추진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반대 주민들의 주장이다. 

반대편 주민들은 함평군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광주 군 공항 유치 철회 선언'을 해주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투쟁본부는 9일 함평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함평지역 반목은 전투비행장 유치로부터 시작됐다"며 "이상익 함평군수는 함평의 갈등을 막기 위해 전투비행장 유치 철회를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투쟁본부는 주민 여론조사 연기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함평군은 애초 6월에서 8월 말로 미룬데 이어 지난 2일 군 공항 유치에 따른 여론조사를 12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투쟁본부는 "지난 4월 KBS 여론조사, 7월 주민 여론조사가 진행된 결과 모두 전투비행장 반대 여론이 높았다"며 "함평군이 여론조사를 12월로 연기하는 것은 전투비행장이 얼마나 좋은지 함평군민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여론을 조작해 전투비행장 찬성률을 높이기 위한 시간끌기라는 것이다. 

"군민 여론조사로 가리자"

"군 공항 유치는 군민 여론조사를 실시해서 결론을 내야 합니다." 나연호 함평유치위 공동위원장의 말이다. 나 위원장은 정식 절차를 밟은 주민 여론조사만이 설득력이 있고 후환이 없다고 말한다. 

군 공항 유치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유치위가 찬성 확산 운동을 적극으로 펼칠 경우 자칫 지역갈등을 고조시킬까봐 잠시 휴지기를 갖는 대신 지역 원로들이 나서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주민 여론조사를 한다면 이길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나 위원장은 "군 공항 이전 사업은 마지막 단계에서 군민의 의사를 100퍼센트 반영해서 모든 사업을 진행한다"며 "때문에 공감대 형성에서 주민들의 여론이 안 좋거나, 혹은 지원책이 제대로 제시 안 되면 우리 역시 군 공항 이전 사업 함평 유치를 안 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광주 군 공항 유치는 '독 묻은 사과'에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군 공항 유치가 지역발전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자칫 아무런 성과 없이 상처만 입을 수가 있어서다. 자칫 전북 부안군의 핵폐기장 갈등처럼 유치에 실패할 경우 주민 찬·반으로 민심만 두 쪽으로 갈리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함평군의 주민 여론조사 연기를 통한 호흡 조절과 전남도와의 발맞추기 행보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군 관계자는 "주민 갈등과 불화를 줄이고 군 공항 이전사업에 대한 군민의 의견이 정리된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공감대가 모아져 조사 시기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찬반으로 나뉘어 두 동강이 난 함평 군민들의 갈등과 대립은 언제 아물지 기약이 없다. 광주 군공항 함평 유치문제는 결론이 어떻게 나든지 향후 봉합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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