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개인파산 신청, 선전에서만 가능…커지는 확대요구 목소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경제 둔화로 영세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개인 파산제 도입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현재 개인 파산을 신청할 수 있는 도시는 2021년 3월 해당 제도를 시범 도입한 광둥성 선전시가 유일하다.
그러나 당국이 대체로 빚 탕감을 못마땅하게 여겨 실제로 파산 승인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달 차이나뉴스위크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올해 6월 초까지 선전시 중급인민법원에는 1천600여건의 개인 파산 신청이 접수됐다.
그러나 그중 70% 이상이 자격 요건 미달이나 필수 자료 제출 미비로 기각됐다.
선전시는 타지인의 신청을 막기 위해 3년 이상 선전시에 거주하며 세금을 낸 이들만이 개인 파산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선전에서 130㎞ 떨어진 광저우시 주민 크리스털 천(38) 씨는 2019년부터 두 차례 현지 법원에 파산 신청을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무역업에 종사하며 한 달에 1만 위안(약 180만원)을 벌던 천씨는 투자 실패로 빚이 190만 위안(약 3억5천만원)으로 불어나자 파산 신청을 했지만, 광저우 법원은 중국에 개인 파산 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천씨는 지난달 병으로 숨졌고, 그의 빚은 가족이 떠안게 됐다.
천씨의 변호사 앨리스 뤄는 SCMP에 많은 지방 당국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관계없이 지방 파산 신청의 증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방 당국의 비즈니스 환경 악화를 뜻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정부 지원 은행 같은 채무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지방 법원들은 개인 파산을 촉진할 동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중국에는 '아들이 아버지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전통적 믿음이 여전히 만연해 있어 설사 파산으로 법적 책임을 면해도 개인 채권자 등으로부터의 사적인 괴롭힘을 피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광저우에서 파일링 공사 회사를 운영하는 레이먼드 정 씨는 중국 부동산 위기 심화로 빚더미에 앉았다.
그는 SCMP에 "내가 현재 가장 원하는 것은 내 회사가 파산하는 것으로 나는 파산 변호사도 고용했지만, 법원이 내 신청을 기각했다"며 "파산이 불가능해지면 내 빚은 눈덩이처럼 커진다"고 토로했다.
중국은 시장 경제로 돌아선 후 2007년 빚더미에 앉은 기업의 회생을 지원하고자 기업 파산법을 시행했으나, 개인을 위한 파산법은 없다.
SCMP는 "법률 전문가들은 개인을 아우르지 않는 파산제도는 설익은 것이라며, 악화하는 빚에서 사람들을 구제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선전시의 개인 파산 제도가 중국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특히 현재의 경기 둔화에서 개인이나 가족이 운영하는 수백만 소상공업에 중요하며 중국 당국이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과 창의력을 육성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중의 이해와 정부 지원·전문 서비스의 부족으로 개인 파산제도의 확대는 더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에서는 5천200만개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등록돼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개인 자산이나 융자를 활용한 사업장이다.
중국정법대 리수광 교수는 SCMP에 개인 파산법은 정직하지만 불행한 채무자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고 채권자들에게는 안정적인 전망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공동 부유'의 기본 요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채무자들의 빚 부담을 일부 경감해주는 것은 미지급에 따른 많은 사회적 분쟁을 해결하도록 돕고 절망적일 때 사람들이 범죄에 덜 내몰리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제때 사회 보험의 도움을 얻지 못하거나 이미 막대한 빚에 시달리고 있다면 개인 파산제도는 사회 안전망의 보완을 위해 필요하다"며 개인 파산제도가 대부분의 시장 경제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미 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8만7천72건의 파산 신청이 제기됐고 그중 대부분인 37만4천240건은 개인·비사업자가 신청했다.
베이징의 법률가 중젠은 "현재 중국의 경기 둔화·침체 사이클에서 개인과 가계의 채무 문제는 더욱 만연해질 것"이라며 "개인 파산제도의 촉진은 경제 전체에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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