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논란→한국 무시하는 듯' 클린스만, 독일 차기 감독 후보…DFB 123년 만 충격 경질 

박대성 기자 2023. 9. 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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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한국 대표팀에 부임한지 6개월 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독일 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에 올랐다. 독일축구협회는 123년 만에 역사상 첫 충격적인 감독 경질을 결정했다. 독일이 어떤 선택을 할지 최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지 플릭 감독은 독일 대표팀 수석코치로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까까지 요아힘 뢰브 감독을 보좌하며 코치 역할을 했고 월드컵 우승에 기여했다. 이후 독일축구협회 단장으로 활동하다 2019년 바이에른 뮌헨 코치로 합류했다. 2019년에 니코 코바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가 바이에른 뮌헨 지휘봉을 잡았다.

플릭 감독은 첫 시즌에 독일 분데스리가와 DFB 포칼,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트로피를 들며 전 유럽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밑바닥부터 탄탄한 지도자 경험이 트레블까지 이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후 그 해 모든 트로피를 휩쓸며, 펩 과르디올라 시절 바르셀로나 이후 6관왕 달성에 성공했다.

바이에른 뮌헨 생활이 끝나고 독일 대표팀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독일 대표팀에서 행보는 불안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최악이었다. 월드컵 유럽 예선은 좋았지만, 본선을 앞둔 준비와 과정이 좋지 않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1승 1무 1패를 하면서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또 조별리그 탈락 수모를 겪었다. 일본을 상대로 역전패를 당한 게 치명적이었다.

월드컵에서 부진은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로 이어졌다. 우승 팀 전력이기에 결과는 가져오지만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독일 현지에서는 자국에서 열리는 유로 2024를 앞두고 플릭 감독을 경질해야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유럽 외 국가들과 치른 평가전도 마찬가지에서도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했다.

홈에서 열린 일본과 평가전이 결정적이었다. 독일은 9월 A매치 주간 동안 열린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1-4로 대패했다. 독일은 일본에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이후에 연속 실점으로 무너졌다. 독일이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3점 차 패배를 당한 경기였다. 여전히 카타르 월드컵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순간이었다.

경기도 카타르 월드컵과 흡사했다. 높은 볼 점유율을 가져왔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일본은 날카로운 역습으로 독일을 흔들며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 결과 독일은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11분 만에 이토 준야에게 실점했다. 19분에 르로이 사네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동점골 이후 3분 만에 우에다 아야세에게 두 번째 실점과 함께 일본에 분위기를 내줬다.

다급했기에 교체카드로 변화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플릭 감독의 용병술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날 독일은 11개의 슈팅 중 단 3개만 유효슈팅으로 연결됐다. 답답한 공격의 연속이었다. 반대로 일본은 유효슈팅 11개로 독일을 압박했다. 후반 45분 아사노 타쿠마에게 사실상 쐐기골을, 후반 추가시간 다나카 아오에게 추가골까지 헌납한 이유다.

결국 독일축구연맹(DFB)는 공식 페이지를 통해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협회장 제안에 따라, 주주총회와 감독위원회는 국가대표팀 감독 플릭과 두 명의 코치와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노이엔도르프 협회장은 "우리 위원회는 최근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인 대표팀에 새로운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자국에서 열리는 UEFA 유로 대회를 앞두고 자신감이 필요했다. 이번 결정은 지금까지 임기 중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플릭 감독과 코치들을 축구 전문가이자 한 사람으로 소중하게 여겼다. 하지만 독일축구협회의 최우선 과제는 성공이다. 이번 결정은 불가피했다"라며 123년 만에 첫 경질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독일축구협회는 펠러에게 임시 감독직을 맡겼다. 감독 대행을 맡게 된 펠러는 "플릭 감독은 지난 몇 달 동안 지쳤다. 코칭 스태프들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탈락한 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걸 헌신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우리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해야 했다. 일본전은 더는 이 상황에서 발전할 수 없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줬다. 지난 2월 독일축구협회에 합류한 뒤 플릭 감독을 위해 모든 걸 지원했기 때문에 결코 쉬운 순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대회에서 개최국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 독일 팬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바다. 난 볼프, 바그너와 함께 프랑스전 한 경기를 일시적으로 맡을 것이다. 팀을 신속하게 재정비하는게 제일 시급한 문제다. 곧 유로를 준비할 감독을 데려오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이 독일 축구와 국가 전체에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장기적으로 국가대표팀을 우리가 알고 있고, 기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에 패배한 뒤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플릭 감독이 경질되기 직전부터 감독 후보들이 나열됐다. 특히 독일 '빌트'는 현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 중 한 명으로 지목했다.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클린스만 감독은 올해 3월부터 파울루 벤투 감독 후임으로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다. 부임 당시 공격수 출신이라 한국에 공격적인 축구를 입히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뚜렷한 색깔 없이 팀을 이끌어 비판을 받고 있다.

6월까지 이기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어 미디어 앞에 섰다. 짧게는 오는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길게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의 로드맵을 듣는가 싶었지만 코칭 스태프 소개와 그동안 한국 대표팀에서 받은 인상만 나열했다. 어떤 색채를 한국 대표팀에 입힐 거냐는 질문에는 "기다리면 알게될 것"이라며 확답을 회피했다.

일리는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향후 구상과 플랜을 모두 공개한다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아직 월드컵 예선 단계에 접어들지도 않았고, '허니문' 효과도 남아있기에 기다려 봄직한 일이긴 했다.

그런데 최근에 행보를 보면, 과연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 부호가 붙는다. 그간 외국인 지도자들처럼 한국에 상주해 팀을 꾸리고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걸핏하면 미국으로 날아가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는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 패널로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손흥민, 김민재 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리오넬 메시, 해리 케인 등 해외축구 이슈를 열거했다. 더 나아가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승·무·패를 예측하는 모습까지 있었다.

▲ 클린스만 ⓒ곽혜미 기자
▲ 클린스만 ⓒ곽혜미 기자

수석코치도 마찬가지다. 헤어초크 코치는 2023-24시즌에 들어가면서 오스트리아 'ESPN' 해설진으로 합류했다. 유럽파를 현지에서 직접 관찰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매주 경기가 있는 해설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밖에 없는 그림이었다.

최근에 논란에 말문을 열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아니었다.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냐는 지적에 "3월과 6월 결과가 아쉬웠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다. 능력 있는 코치들과 현대 축구 흐름을 파악하면서 아시안컵을 어떻게 치를지 논의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계획을 이미 세웠다. 9월에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하고 10월에는 베트남, 튀니지와 한다. 11월에는 2차 예선, 아시안컵으로 바쁜 일정을 보낼 것이다. 개인적으로 경쟁에서 지는 걸 싫어한다. 이기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이기고 싶고 결과를 선물하고 싶다"라면서 "한국에서 경기를 많이 봤다. K리그2, U리그, FC서울 U18 오산고 경기도 직접 관전했다. 국내 경기는 차두리, 마이클 김 코치가 보고 유럽에서는 안드레아스 쾨프케, 파울로 스트링가라 코치가 점검한다. 7, 8월은 축구협회와 계약하기 전 합의한 일정들이어서 한국에서 많이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9월이 지나면 10, 11월은 한국에 머물 것이고 아시안컵 전에 국내파 위주의 훈련도 계획 중이다.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고정 관념일 수도 있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한국에 왜 감독이 없냐는 물음표를 던지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더 큰 그림에서 생각한다. 차두리, 마이클 김 코치와 많은 통화를 하고 있다. 각 연령별 대표팀 정보도 듣고 있다. 유럽에서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현대 축구 흐름, 다른 스포츠의 트렌드까지 익히고 있다. 늘 대표팀에 어떻게 접목하고 발전을 꾀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짚었다.

▲ bestof topix
▲ bestof topix

'빌트'가 나열한 독일 사령탑 후보들은 올리버 글라스너, 미로슬라프 클로제, 펠러, 위르겐 클롭, 마티아스 잠머, 클린스만, 루이스 반 할, 로타어 마테우스, 지네딘 지단, 율리안 나겔스만이다. 대부분 독일의 전설이거나 독일 국적의 뛰어난 감독, 그 외에는 유럽 내에서 명장으로 여겨지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역대 독일 대표팀 감독 중 독일 국적이 아닌 인물은 없었다. 1대 감독이었던 네르츠 감독부터 플릭 감독까지 모두 독일 감독으로 선임해 전통을 이어갔다. 반 할 감독이나 지단 감독이 후보에 지목된 점이 주목할 만한 이유다. 이웃 국가이자 경쟁자인 네덜란드와 프랑스 출신의 감독들이 후보에 오른 것이다.

지단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럽 역사상 전무후무한 챔피언스리그 3회 연속 우승 업적을 세웠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이후 지도자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 빅클럽 팀에 부임할 가능성만 거론될 뿐 특정 팀에 부임하지는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디디에 데샹 감독의 뒤를 이어 프랑스 국가대표팀을 이끌 것이라는 예상이 등장했지만 프랑스축구협회는 데샹 감독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판 할 감독은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이끌고 8강까지 올랐다. 카타르 월드컵을 이후로 감독직에서 물러났고 건강 문제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또 대표팀에서 전술적이고 유기적인 대응력을 보이지만 고령이기에 오랜 기간 팀을 이끌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직 독일 출신 감독 중 리버풀 클롭 감독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클롭 감독은 리버풀과 계약 기간이 남아있다. 프리미어리그와 각종 대회 일정에 집중하고 있기에 독일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거나, 리버풀이 클롭 감독을 놓아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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