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지나가는데 늑장 대응···왕실 비판 나올까
모로코 정부의 지진 대응이 지연되면서 무함마드 6세 모로코 국왕에 관심이 쏠린다. 모로코는 입헌 군주제를 취하고 있으나 헌법에 사실상 국왕이 전제에 가까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10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6세 국왕은 국영 방송사를 통해 원조를 제공한 스페인, 카타르, 영국, 아랍에미리트(UAE)에 감사를 표했다.
무함마드 6세는 내무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우방국인 스페인, 카타르, 영국, 아랍에미리트의 원조 제안을 수락했다”면서 “필요에 따라 다른 우방국에 지원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4개국 이외에 다른 국가들은 모로코 당국의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없어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진 현장에서는 주민들이 손을 이용해 잔해를 뒤지는 등 생존자 구출에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도 모로코 정부가 원조 요청에 소극적인 것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일부 모로코인들은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체념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해 600여명이 사망한 2004년 지진 당시 모로코 총리는 지진 피해 현장을 곧바로 방문하지 않아 구설에 오른 바 있는데, 이는 총리가 왕보다 먼저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무함마드 6세는 지난해부터 프랑스와 가봉 등 모로코 밖에서 약 300일을 보내고 지난 3월에야 귀국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지진 대응와 관련해 모로코 내에서 왕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NYT는 “모로코에서 국왕을 모독하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이것이 모로코인들의 조용한 반응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모로코의 한 네티즌은 모로코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국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5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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