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강진 주민들은 노숙하는데…외국인 관광 그대로
바히야 궁전 등 관광지엔 관광객 ‘북적’
일부 관광객은 “머무르는 게 돕는 것”
헌혈 동참하는 관광객들도
모로코를 강타한 지진으로 주민들이 거리에서 밤을 보내는 가운데 마라케시에서는 외국인 관광이 재개됐다고 외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라케시에서 가이드 관광이 재개됐다면서 바히야 궁전과 같은 유명 관광지에는 관광객들이 다시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 마라케시 관광에 나선 한 호주 관광객은 전날 아침 마라케시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의 삶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고 NYT에 말했다.
한 관광객은 구도심인 메디나의 거리 가게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면서 “마라케시 관광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녁에는 메디나 도심의 제마 엘프나 광장 인근에서 저녁을 할 계획이지만 여진이 발생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길이 미로처럼 연결된 메디나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모로코에서 관광산업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에 국내총생산(GDP)의 7.1%를 차지했을 정도로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관광업이 모로코 전체 일자리의 5%인 56만5000개의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강진 이후 일부 여행사는 예약취소가 약간 증가했다고 밝혔으나 지진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여행사들도 있다. RJ 트래블은 강진 당시 모로코에 있던 50명의 관광객 중 일부가 안전상 이유로 호텔에 투숙하지 못해 노숙한 경우가 있으나 지금은 상황이 안정돼 관광객들이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며 예정된 호텔에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관광 침체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부 관광객들은 모로코를 서둘러 떠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라케시 시티 투어에 참여했던 도미니크 후버(26)는 “아직 떠나야 할지 망설여진다”라며 “이곳은 아직 안전해 보인다. 모로코에 더 머물면 모로코 사람들을 돕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헌혈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0일 “소수의 영국 관광객들이 마라케시에 있는 한 병원에서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헌혈을 하기 위해 줄을 섰다”면서 “이들은 땡볕 아래서 몇 시간 동안 줄을 선 끝에 헌혈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왔다가 지진을 겪게 된 세 아이의 엄마이자 간호사인 줄리(59)는 “모로코인들에게 받은 모든 친절에 보답하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다”고 헌혈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또 다른 영국인 관광객 사라 퍼거슨(39)도 지진 직후 집으로 빨리 돌아오라는 가족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모로코 현지에 남았다. 사라는 “영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지만, 헌혈을 통해 피해자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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