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쏠림 사라진 '프리즈'…반전 없는 '키아프'[박현주 아트클럽]
키아프, 작년보다 15% 증가한 8만 명 방문 북새통
프리즈, 7만명 관람 차분..."미술관·기업·호텔 아트 특수"
프리즈 야외 조각전 예고 긴장감..."한국 정부와 논의 중"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돈은 빛이다.' '2023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극명하게 보여줬다. 코엑스의 1,3층 같은 전시장인데 같은 작품도, 같은 부스도 달랐다.
'조명발' 차이다. 프리즈가 마치 명품관 처럼 보이는 배경이다. 디테일의 차이는 작품 가치도 변하게 한다. 입구에서 떨어진 부스들은 약간 어두운 분위기로 빨려들게 한다. 각 부스들은 세심한 조명 설치로 은은하면서도 작품에 집중력을 높였다. 프리즈 런던의 팀들이 내한 전시장을 설계하고, 각 부스별 인테리어는 작품을 위한 조명으로 완성됐다. 반면 키아프는 입구부터 속을 다 보여주듯 펼쳐지는 부스들로 산만했다. 형광등으로 쏟아지는 '조명발'과 오밀조밀 좁고 강약 없는 분위기는 '아웃렛 같다'는 반응이다.
프리즈는 심리전이 무기다. 빛의 조절로 주목도를 높여 감정과 소비의 미덕을 자극한다. 여기서 '지금 당장 사야 한다'는 브랜드의 힘이 발휘된다. 문을 열자마자 데이비즈 즈워너가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신의 호박’을 77억에, 하우저앤워스가 니콜라스 파티의 그림을 16억6800만 원(1,250,000 USD)에 팔아 치우는 배경이다. 이 두 화랑을 포함한 글래드스톤, 페이스, 리만머핀, 화이트 큐브 등 세계적인 유명 화랑들은 지난해에 이어 100억 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주의 시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아트페어에서 더 뚜렷하다. '미술품 쇼핑'은 큰 손 부자들의 '플렉스(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를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머니 게임장'으로, 'VIP 먼저 모시기'가 열리는 이유다.
키아프와 프리즈가 동시에 문을 열었지만 달라 보이는 건 관점의 차이이기도 하다. 키아프가 화랑협 회원 화랑들을 위한 행사라면, 프리즈는 컬렉터들을 위한 행사다.
프리즈 서울을 운영하는 패트릭 리 디렉터는 지난해와 달리 전시 환경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입출구를 3개로 늘려 편안한 동선과 시간 예약으로 쾌적한 관람을 할 수 있게 사소한 부분까지 챙겼다. 덕분에 올해는 사람이 많아도 한산해 보였다. 키아프는 '프리즈 특수'를 위한 회원 화랑의 대거 참여로, 좁은 부스가 더욱 북적이는 현상을 보였다.
아웃렛 같고 명품관 같은 차이는 투자의 차이다. 기획력도 '머니 싸움'이다. 키아프 부스가 1000만 원 선이라면 프리즈 부스는 3000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차이, 작은 변화는 결국 2~3배의 돈의 차이가 갈랐다.
잔치는 끝났다. 키아프는 10일 폐막한 방문객은 5일간 총 8만 명 이상이 다녀갔고, 이는 작년 대비 약 15%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키아프에는 총 20개국 210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작년 17개국 164개 갤러리가 참여했던 것과 비교하면, 같은 장소에서 비좁게 열렸다는 것도 반증한다. 특별전과 젊은 작가들을 선보인 'Kiaf PLUS'도 옹색했다. 코엑스 그랜드볼룸과 코엑스 복도에서 열린 이 행사들은 키아프서울 전시장과 동선이 한번에 이어지지 않아 '특별한 빛'이 덜 났다.
"작년보다 다채로움으로 기획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키아프 서울을 운영한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회장은 "프리즈의 긍정적 효과가 크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며 자책했다.
황 회장은 "국내외 기업과 미술관이 프리즈에만 올인 해 메인 스폰서를 못 구하고, 예산 부족으로 미디어 아트전이나 채색화 특별전의 규모와 공간 확보를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프리즈 서울은 6~9일까지 나흘간 7만 여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프리즈의 헤드라인 파트너로 LG전자가 참여, 김환기의 작품을 재현하며 눈길을 끌었다.
'프리즈 효과'는 아트페어 기간, 다양한 미술 행사가 열려 문화계에 활기를 선사했다. 디아재단, M+, LACMA, 델피나 등 세계적인 미술관 인사들과 중국 큰손, 미주유럽 컬렉터 2만 여명이 방문, 전시장 뿐만 아니라 호텔, 맛집 등이 '아트 특수'를 누렸다. 특히 서울 한남동, 청담동의 주요 갤러리와 미술관에서는 밤 늦게까지 문을 열고 파티를 펼쳐 '아트바젤 홍콩' 못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키아프와 2차전을 치른 프리즈 서울은 여전히 여유감이 넘쳤다. 작년처럼 오픈런도 없었고, 쏠림 현상도 적었지만 미소를 장착한 채 장사를 마쳤다. 초고가와 유명 작품이 지난해와 달리 덜하다는 지적에도 "올해 120여개 갤러리는 자기들의 타깃에 맞춰서 최고의 작품을 갖고 왔다"며 한국 미술시장을 파악한 분위기다. 그러면서 조각품을 특화한 '프리즈 조각'전도 신설할 계획을 밝혔다.
프리즈의 폭스 CEO는 "서울에서도 야외 조각 프로그램을 신설·운영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면서 "프리즈 서울 기간 서울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벤트를 보고 '서울이야말로 우리가 가야 하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프리즈는 영국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해마다 10월 여는 ‘프리즈 런던’에서 행사장 밖 야외에 조각 작품을 별도의 섹션으로 꾸린 ‘프리즈 조각’(Frieze Sculpture)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자신감이 붙은 프리즈는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전통 아트페어인 '뉴욕 아모리쇼'와 '엑스포 시카고'를 인수했다.
프리즈는 키아프와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적 관계"라고 했다. '상생 관계'가 아니다. 프리즈와 키아프의 5년 간 공동 개최는 '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이다. 아시아 진출을 노리던 프리즈와 국제화를 엿보던 키아프의 야심이 공생하고 있지만 '키아프'라는 한국 '토종 아트페어'의 대항은 2차전에도 힘겨워 보인다.
3층의 프리즈가 '서울시 유럽구'같은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성황을 보일때 키아프에 8만 여명이 북적인 건 한국미술시당을 살리려는 미술 애호가들의 응원과 사랑 덕분이다. 화랑과 작가, 컬렉터의 미술 수준이 섬세하게 발전하는 곳이 아트페어의 긍정효과다. '총성 없는 미술 전쟁'의 효과는 국내 미술계 전반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 개최로 국내 미술 시장 규모는 1조원 대를 돌파했다. 2021년(7563억 원)보다 37% 증가한 금액으로 지난해 아트페어에서 3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2020년(3279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3배 이상 급성장해, 작년에 '죽 써서 프리즈 줬다'고 키아프를 지적한 배경이다.
'프리즈'의 서울 진출로 아트바젤 홍콩을 위협할 정도로 한국 미술판은 확장됐다. 몇군데 대형화랑의 기획력과 연출력으로는 부족하다. 키아프가 프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다채로움을 위한 '정(情)의 문화'가 아닌 '엄격한 잣대'의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아직 3번의 기회가 남았다. 한국화랑협회는 아시아 미술시장을 반전시킬 '키아프 브랜드' 전략을 재구축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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