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다 팔자’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 급증…매수자 관망세에 집값 주춤
호가 높은 상황서 거래량 주춤
서울 집값 도봉·노원 등 하락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이 쌓이고 있다. 팔겠다는 사람은 늘었는데 거래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떨어졌다. 집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아진 반면 전세 수요는 늘고 있어, 전세값은 1년여만에 상승 전환했다.
1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은 7만220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9759개)보다 17%(1만2445개)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이 7만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0년 9월 집계 시작 이래 처음이다.
전체 매도 물량 중 강남구가 64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송파구(5702건)와 서초구(5303건)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 전체 매물의 24%가 강남 3구에 집중된 것이다. 매물 추이를 보면 송파구가 한 달 만에 15.5% 늘며 증가세가 가장 컸다. 송파구는 구 전체매물 5702건 중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만 1038건이 나왔다. 한달새 매물이 11.1% 늘어난 광진구는 자양·광장동 중심으로, 10.7% 늘어난 노원구는 하계·월계동 중심으로 매물이 많았다.
물량은 늘었지만 한동안 오르던 아파트 값은 주춤해진 상태다. 지난 7일 KB부동산 ‘주간 KB주택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9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4% 올랐지만 상승 폭은 전주 대비 0.04%p 줄었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0.20%), 강남구(0.15%) 성동·용산구(0.13%) 등이 오른 반면 도봉·노원·중랑·은평·금천구는 하락했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배경으로는 매물 증가 속도를 거래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도 호가도 사려는 사람들의 기대치보다 너무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서울 옥수동 극동아파트 전용 84㎡ 아파트는 올초 11억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는 14억원 매물들이 올라와있다.
전셋값은 뛰고 있다. 이는 전세 수요는 그대로인데, 전세로 내놓은 집을 매도하기 위해 거두는 집주인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1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02% 올라 지난해 5월(0.03%) 이후 첫 상승 전환했다. 지난 7월 보합(0.00%)을 기록했던 서울은 전월 대비 0.07% 올랐고, 경기도는 하락세를 벗어나 0.01%를 기록했다. 인천도 2021년 12월(0.19%) 이후 20개월 만에 반등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연초와 비교해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르다보니 매수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주춤하며 시장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세 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되어야 전세가가 하향 안정화되는데 현재는 전세에 눌러앉으려고 하고 물량도 많은 편이다. 당분간은 전세가가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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