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홍범도함 명칭 변경 검토하지 않지만 의견 수렴 필요”
잠수함에 주로 독립운동가 이름 붙여온 해군
명칭 변경시 ‘홍 장군 독립운동 업적 부정’ 비판 전망
해군은 11일 잠수함 홍범도함의 명칭 변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명칭 개정 검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해군이 의견 수렴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장도영 해군 서울공보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홍범도함 명칭 개정은 육군사관학교 경내에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는 사안과 맞물려 역사 전쟁의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이 장관이 지난달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명칭 개정에 대한 검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시작으로 한 총리와 이 장관은 각각 지난달 31일과 지난 4일 국회에서 명칭 개정 검토 필요성을 주장했다.
해군은 지난달 28일과 지난 4일 모두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했는데 이날 브리핑에서 처음으로 의견 수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해군이 정부 눈치 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그러나 장도영 팀장은 ‘국방부를 통해서 검토해보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이 있나’라는 질문에 “따로 그런 지침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부가 홍범도함 명칭을 바꾸기로 결정하면 그 파장은 육사 흉상을 재배치하는 일보다도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홍 장군의 공산당 이력은 문제 삼는 한편 독립운동 업적은 예우하겠다며 육사 경내에 있는 홍 장군의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군은 안중근함·김좌진함·윤봉길함·유관순함·도산안창호함처럼 잠수함에 주로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붙여왔다. 홍범도함 명칭을 변경하면 홍 장군의 독립운동 업적까지 부정한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직 해군참모총장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9일 역대 참모총장들이 참가한 정책자문회의에서 명칭 변경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황 전 총장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함명을 바꾸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보지 못햇고 후진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종종 있더라”며 “해군에 몸담았던 사람들로서는 참 유감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함정 명칭은 해군 함명제정위원회가 결정한다. 홍범도함 명칭이 결정된 것은 박근혜 정부이던 2016년이다. 당시 해군은 “홍 장군의 애국심을 기리고 국가 안보 의식 고취를 위해서” 홍범도함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역대 함정 이름이 변경된 사례는 행정 지명 변경에 따라 이리함을 익산함으로 바꾼 것과 금화함을 동일한 한자를 쓰는 김화함으로 바꾼 것이 전부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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