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공업용 세척제’ 안전사고…심각한 건강사고 줄이려면
공업용 세척제 속 유해물질로 인한 급성중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급성중독을 일으키는 공업용 세척제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세제와 다르며, 반도체나 전자부품 제조과정에서 제품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산업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화학약품이다. 그러나 세척제에 함유된 트리클로로메탄에 잘못 노출되면 중추신경계 장해, 간·신장 손상 등이 나타나며 심각할 경우 급성중독으로 사망할 수 있다.
하루 8시간 이상을 보내는 근로환경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유해인자 노출 위험이 높은 근로자들은 직업성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공업용 세척제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점은 무엇일까?
트리클로로메탄, 급성중독 위험성 높아
공업용 세척제는 전자부품 제조업체와 분체도장(Powder Coating) 사업장 등에서 세척공정에 흔히 사용되는 물질이다. 사업장 노동자는 물론 소비자와 생태계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화학물질들이 많다.
특히 공업용 세척제에 직접 노출되면 피부건조, 충혈, 홍반, 수포형성 등 피부 발진부터 중추신경계 억제로 무의식이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고, 간수치 상승으로 황달‧간비대는 물론 심할 경우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러한 공업용 세척제로 많이 사용되는 물질이 트리클로로메탄이다. 과거에 사용됐던 디클로로메탄‧염화메틸렌‧메틸클로라이드 등이 2020년 환경규제물질로 지정된 후 사용량이 급격히 늘었다.
트리클로로메탄은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무색투명한 액체로 ‘클로로포름’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로 증기상태로 확산돼 호흡기 또는 피부를 통해 체내에 흡수된다. 가장 두드러진 독성은 중추신경계 억제작용이다. 또 암 발생 위험을 급격히 높이고 간조직의 괴사나 전신적 흡수에 따른 다형홍반‧스티븐스존슨증후군‧독성표피융해괴사증 등 심각한 전신질환을 유발한다.
이와 같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트리클로로메탄이 사업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기름과 지방‧수지 용해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공업용 세척제 사용 근로자, 안전조치‧특수건강진단 필수
고용노동부는 급성중독 우려가 큰 공업용 세척제(트리클로로메탄 등 11종) 취급사업장을 대상으로 현장의 노동자가 직접 참여해 현장의 위험요인을 사전에 찾아내 위험도를 낮추는 ‘위험성 평가’ 활동과 3대 핵심 안전보건 조치 ▲유해성 주지 ▲국소배기장치 설치 ▲호흡보호구 착용 여부를 감독하고 있다.
국소배기장치는 공기정화장치와 환풍기 등 유해물질이 근로자에게 닿지 않도록 차단하는 장치를 뜻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세척제 취급공정에서 비일비재하게 독성간염 중독 사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작 사업장 관리자와 유해인자 노출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사업체와 노동자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 특수건강진단을 받는 수검자가 전체의 8%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예다.
특수건강진단은 산업안전보건법 제130조에 규정된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근로자가 정기적으로 하는 건강검진으로, 사업체가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근로자 부담은 없다. 주요 검진 대상자는 화학적 인자(164종), 분진(7종), 물리적 인자(8종), 야간작업(2종)의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업무 종사 근로자로, 세척제 취급공정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도 포함된다.
특히 독성간염은 대부분의 경우 겉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으로 간기능 검사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기에 세척제 취급공정 근로자에게 특수건강진단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정애 GC녹십자의료재단 직업환경의학센터장은 “유해인자 접촉 가능성이 높은 사업체에서는 근로자들의 건강 유지를 위해 반드시 화학물질의 상세정보를 파악해 근로자들에게 유해성을 충분히 안내하고 적절한 보호구 착용을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특수건강진단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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