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 기업 활동에 대한 ‘유죄 추정의 원칙’ 편견 타파 필요, 무분별한 규제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산업 성장 저해...

김동호 기자 2023. 9. 11. 13: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 “현재 우리 나라에서 기업의 활동에 대한 ‘유죄 추정의 원칙’과 같은 편견을 타파할 필요가 있다.”

최근 콘텐츠 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움직임을 주목하며 유병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8일 홍익표 의원(더불어 민주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및 김승수 의원(국민의 힘,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주최하고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회장 김광재)가 주관한 <지속가능한 문화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위한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 교수는 세미나에서 “형법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기업에 대해 ‘유죄 추정의 원칙’과 같은 편견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법안에 이러한 편견이 반영돼 콘텐츠 산업의 문제점을 기업만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창작자와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미명으로 규제를 통해 사업이 불가능하거나 축소되게 만드는 것은 피해야 하며, 산업 성장 저해, 경제 침체 효과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능력과 경쟁을 제한하는 보호규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하며 “웹툰 제작에 있어 70컷 이상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규제는 탁월한 창작자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작품의 성과에 대해 추가적으로 플랫폼이 감독, 작가들에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실제로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주체는 성공한 감독들이 대부분이며 오히려 손실을 입거나 투자를 받지 못하는 대상이 주로 마이너한 신진 영화 제작사와 감독들”이라며 “결과적으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라고 하지만 약자에게 가장 피해를 많이 주고 기회를 뺏아갈 수 있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다크패턴 규제에 대해서도 “현재 규제는 마케팅 영역까지 확대 해석이 가능한 형태로 규정이 되고 있어 규제를 설정하더라도 범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며, “정부는 창작 초기와 시장 실패 부분만 지원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 교수는 콘텐츠 산업의 M&A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 내 플랫폼 사업자들은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M&A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콘텐츠 산업 내 M&A는 디지털 플랫폼이 지닌 다양한 산업 간의 연결을 도모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국내 재벌 기업들의 M&A와는 구분되며 미래의 높은 불확실성 내 더욱 높은 가치를 가지는 옵션에 대한 투자”이며,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M&A 확대에 따른 콘텐츠 산업 내 OSMU 효과로 인한 경제적 가치는 연간 약 1조 89억 원 추정된다”고 밝히며 “이용자 차원에서도 M&A로 인한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로 보다 많은 소비자 잉여가 창출되고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콘텐츠 플랫폼의 M&A는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 내에서 독과점의 수준을 검토하고, 결합 효과를 고려한 M&A 규제 완화와 국가적 효익을 고려한 승인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글로벌 기업들이 M&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시점에 우리나라 기업들만 이를 규제한다면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카카오, 네이버가 국내에서는 큰 기업들이지만,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겨우 20조대인데 반해 애플과 아마존은 2천조 기업이라며, 현재의 규제의 상황에서 이러한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경쟁을 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하며, “현재 정부가 K-콘텐츠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지 말고, 기업에 힘을 실어준다면 국내 기업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장 바람직한 최고의 규제는 사업을 못하게 하는 규제가 아니라 경쟁자를 활성하기 위해 경쟁을 시키는 규제”라고 제언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K-콘텐츠의 지속성장과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K-콘텐츠 기업으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김숙 박사(컬처미디어랩)는 “글로벌 기업과 같은 눈높이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화하고, 사회 문화적인 측면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고정민 교수(홍익대)도 “현재의 글로벌 환경에서 M&A 시장 획정 시 한국 시장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서범강 회장(한국웹툰산업협회)은 “웹툰의 핵심 거점은 대한민국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에 대한 격려와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으며, 김설아 교수(홍익대)도 “문화예술 분야는 융합적이고, 많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이므로 이 분야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 연구를 대신하여 규제가 마련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토론 자리를 함께한 김승수 의원(국민의 힘)은 “정부가 민간 부문에서 발전하고 가능성 있는 부분들을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나섰다가 오히려 발목을 잡거나 왜곡되게 만든 사례들이 많았고, 현재도 대부분의 법에 ‘진흥’이라는 명칭을 달고 실제 내용은 오히려 ‘규제’인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김광재 회장(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 학회)은 “우리가 기업의 경쟁력이 성숙되었다고 하는 판단의 기준을 국내 시장에서 한정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성공했으니 규제 범주에 넣어 기업을 판단해야 한다는 섣부른 생각을 버리고, 글로벌 사업자들과 경쟁 속에서 발휘되는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내수 시장의 갈등과 경쟁 속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인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천조 글로벌 기업과 20조 국내 기업이 경쟁을 하는데 있어, 공정한 룰을 잡아주는 규제야 말로 질서를 정확히 잡음으로써 공정한 진흥이 될 수 있는 규제”라고 강조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