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가난 이겨낸 'K팝 대선배' 향한 존경…뮤지컬 '시스터즈'

최주성 2023. 9. 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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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남자를 조심할 것. 둘째, 최대한 많은 악기를 익혀 장점으로 만들 것. 셋째, 성공하기 전에는 집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 것."

한국 걸그룹 최초로 미국 진출을 앞둔 '김시스터즈'의 멤버들이 어머니이자 선배 가수 이난영에게 마지막 조언을 듣는다.

8일 객석에서 작품을 감상한 코리아키튼즈의 윤복희, 바니걸스의 고재숙, 이시스터즈의 김희선은 직접 후배를 향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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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6팀의 치열한 생애 조명…고재숙·윤복희·김희선 8일 공연서 무대인사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첫째, 남자를 조심할 것. 둘째, 최대한 많은 악기를 익혀 장점으로 만들 것. 셋째, 성공하기 전에는 집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 것."

한국 걸그룹 최초로 미국 진출을 앞둔 '김시스터즈'의 멤버들이 어머니이자 선배 가수 이난영에게 마지막 조언을 듣는다. 전쟁통에도 혹독한 훈련으로 딸을 가수로 길러낸 어머니는 마음속 걱정을 감추기 위해 끝까지 딸들을 다그친다.

뮤지컬 '시스터즈' [신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3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쇼 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는 대한민국 원조 걸그룹 6팀의 치열했던 삶을 재현한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최초의 걸그룹 '저고리 시스터즈'부터 70년대 말 결성된 '희자매'까지 시간 순서를 따라가며 각 걸그룹의 역사를 들려준다.

관객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고 음악 장르도 달랐지만, '성공을 위해 전부를 헌신했다'는 공통점을 가진 시스터즈들을 만날 수 있다.

가수가 되면 배를 곯지 않을 수 있다는 말에 삼촌을 따라나선 '코리아키튼즈'의 윤복희,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감출 수 있는 수녀가 되기를 꿈꿨으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가수가 된 '희자매' 인순이의 삶은 여느 뮤지컬 못지않게 극적이다.

하루에 3차례 공연을 하고 나면 다리가 부어 계단을 기어 올라가야 했지만, 그런데도 숙소에 돌아가면 잊지 않고 악기 연습을 했다는 김시스터즈의 증언은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킨다.

뮤지컬 '시스터즈' [신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은 선배들이 전성기를 불태웠던 무대를 부활시켜 K팝 대선배를 향한 경의를 표한다.

김시스터즈가 에드 설리번 쇼에서 선보였던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윤복희가 베트남 전쟁 위문 공연에서 열창한 '왓 아이 우드 세이'(What I'd Say) 등 역사에 남은 무대를 10조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들려준다.

미니스커트부터 등을 드러낸 상의까지 당시 파격적으로 다가왔던 의상에 관한 설명도 흥미롭다. 배우들은 스크린으로 송출되는 영상과 함께 중간중간 과거를 해설하며 옛 문화가 친숙하지 않은 관객에게 다가간다.

지금까지도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이시스터즈의 노래 '울릉도 트위스트'가 감동을 선사한다. 친숙한 멜로디에 배우들의 하모니가 더해지자 관객들은 박수와 호응으로 화답했고 공연장은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열기로 달아올랐다.

선민, 정유지, 이예은 등 출연하는 여배우 10명은 각각 1∼3개의 주역과 3∼4개의 단역을 소화한다. 김시스터즈의 일원으로 출연했던 배우가 희자매의 멤버를 연기하는 등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공연 전체의 MC로 출연한 황성현은 시대마다 다른 인물로 등장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바니걸스' 자매의 어머니로 무대에 올라 찰진 사투리와 함께 억척스러운 어머니를 연기하는 대목이 재미를 유발한다.

무대 인사하는 바니걸스 고재숙(왼쪽부터), 이시스터즈 김희선, 코리아키튼즈 윤복희 [신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공에 이르기 위해 부단히 인내하고 훈련했던 전설의 삶을 함께하다 보면 중간 휴식 없는 100분이 훌쩍 지나간다.

8일 객석에서 작품을 감상한 코리아키튼즈의 윤복희, 바니걸스의 고재숙, 이시스터즈의 김희선은 직접 후배를 향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며 마이크를 잡은 고재숙은 "너무 감동적이고 즐겁고 멋있는 순간"이라며 "그리웠던 무대에서 좋은 시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시스터즈의 둘째 김명자"로 자신을 소개한 김희선은 "60여년 만에 이런 무대에 서서 관객 여러분들 뵈니까 마음이 감사하고 떨린다"며 인사를 건넸다.

윤복희는 "무대를 보니 1965년도 공연했던 느낌도 나고 젊은 친구들이 하니까 굉장히 재밌었다"며 박수를 보냈다.

공연은 11월 12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뮤지컬 '시스터즈' [신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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