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트남 '최고 관계' 격상…中견제-외교다변화 일치[딥포커스]
"베트남, 美와 관계 격상했다고 中에 반대하는 것 아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이 베트남과의 관계를 격상하며 중국 견제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이 미국의 손을 잡은 것은 탈중국을 위한 노선 변경이 아닌 실용외교의 일환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로 격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미국과 베트남 간 무역과 투자가 확대되고,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인근 국가 사이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은 해양 경계선 '남해9단선'을 근거로 남중국해에서 90%의 해역에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베트남뿐 아니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또한 베트남이 현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 인도이다. 미국이 이번에 관계를 격상하면서 5번째가 됐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베트남과의 관계를 '포괄적'에서 '전략적'으로 격상시키려고 했다. 아울러 최근 베트남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이슈를 동맹 및 우방국을 통해 해결한다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목적지로 그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에 대해 베트남은 그간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나 또 다른 전통적 협력국인 러시아에 적대감을 줄 위험성을 감안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은 경제 둔화, 러시아는 전쟁…실용주의 길 가는 베트남
일각에서는 베트남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손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양국 간 만남은 베트남의 실용주의 외교가 거둔 성과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트남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반(反)중 연합에 합류할 가능성은 낮다"며 "중국은 베트남 공장의 원자재를 공급하는 주요 공급원이고, 두 공산주의 국가 모두 서구식 인권과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수사를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레 홍 히엡 국제관계 전문가는 WSJ에 "베트남의 외교 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아닌 국가적 이익과 실용주의"라고 말했다.
동남아 문제 전문가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칼라일 테이어 명예 교수도 쫑 서기장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은 외국과 관계를 심화하기 위한 베트남 외교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고, 베트남의 오랜 지지자였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립되며 베트남이 지난해 한국, 호주, 일본, 싱가포르와 관계를 강화해 왔다는 것이다. 테이어 교수는 "이는 베트남의 새로운 게임의 일부"라고 전했다.
BBC 역시 "베트남은 미국과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선택하는 행위로 보지 않을 수 있다"며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가 긴밀해진 것은 중국의 경제가 둔화함에 따른 실용적인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히엡 연구원은 "베트남의 계산에 따르면 미국과의 관계 강화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이미 베트남이 곧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징후를 보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하와이 아시아태평양센터 연구원도 "제3국은 강대국 경쟁에서 어느 편에 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 지역 대부분의 국가는 번영과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베트남-미국의 외교관계 격상 배경에는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베트남은 최근 몇 달간 미국과 관계를 강화해오면서도, 러시아와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유엔의 규탄 성명을 거부했고,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로부터 무기고를 사들이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이어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트남, 美와 관계 격상했다고 中에 반대하는 것 아냐"
베트남 권력 1인자가 미국 정상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는 중국을 성가시게 만들 수 있다. 다만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쉬리핑 중국 사회과학원 동남아시아연구센터 소장은 중국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미국과 베트남 관계의 격상은 단지 상징적인 제스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은 특히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함으로써 지역 문제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베트남이 중국을 견제하는 중요한 체스 말"이라고 덧붙였다.
푸단대 글로벌 거버넌스 연구원 황런웨이 상무부원장도 "베트남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스콧 마르시엘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폴리티코에 "베트남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게 돼 기쁘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에 반대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그들은 계속해서 매우 신중하게 (관계를) 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구샤오송 하이난열대해양대 아세안연구소장은 "인텔과 같은 일부 미국 반도체 업체가 베트남에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역할은 과대평가됐다"며 "베트남의 반도체 제조 산업은 상대적으로 약한 혁신, 숙련된 노동자의 부족, 관련 산업의 불균형 발전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 동안 중국을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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