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선관위 채용’ 부정 합격자 58명 적발…직원 28명 고발
국민권익위원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7년간 진행한 경력 채용의 64%가 절차를 위반해 총 58명의 부정 합격 의심자가 발생했다고 11일 밝혔다. 권익위는 채용 비리에 연루된 선관위 직원 28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채용을 진행한 선관위 관계자들과 합격자들이 가족 관계이거나 부정 청탁을 주고받았는지는 선관위 측의 비협조로 확인되지 않았다. 향후 검찰이 구체적인 위법 사안을 수사한다.
권익위는 지난 7년간 진행된 선관위의 공무원 경력 채용 전수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지난 5월 선관위 고위공직자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권익위는 37명 규모로 전수조사단을 꾸려 6월14일부터 8월4일까지 52일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2017년 1월1일~2023년 5월31일 중앙선관위와 17개 시·도 선관위에서 실시된 공무원 경력 채용 과정이다.
선관위는 지난 7년간 자체 진행한 경력 채용 162회 중 104회(64%)에서 관련 법·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채용 관련 비리는 총 353건이다.
위법으로 드러난 104회의 채용 과정에서 58명(54건)이 부정 합격한 것으로 권익위는 판단했다. 해당 기간 경력 채용으로 임명된 선관위 공무원(384명)의 15%에 해당한다.
부정 합격 의혹을 받는 58명 중 31명은 특혜성 채용으로 분류됐다. 선관위는 5급 이하 직원 31명을 1년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한 뒤 서류·면접 시험을 거치지 않고 정규직 공무원으로 전환했다. 5급 이하 임기제 공무원의 정규직 전환 시 경력 채용 절차를 밟도록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다.
나머지 29명(특혜성 채용 2명 중복 포함)은 합격자 부당 결정 사례였다. 나이 등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응시자를 합격시키고, 관련 근무경력이 자격 요건에 못 미치는 응시자가 경력증명서에 이를 미기재했음에도 합격 처리했다.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채용 공고를 올려 선관위 관계자만 응시할 수 있게 하고, 경력이 같은 2명의 응시자 중 선관위 근무 경력자에게만 가점을 부여해 최종 합격시킨 경우도 있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합격자 결정 기준을 바꾸고 채용 공고와 달리 예비합격자를 추가 채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선관위 채용 관련 비리 353건 중 299건은 부정합격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국가공무원법과 선관위 자체 인사 규정 절차를 위반한 경우였다. 예를 들어 응시 자격 기준을 규정상 ‘관련 분야 실무경력 1년 이상’에서 ‘선관위 실무경력 1년 이상’으로 한정해 선관위 경력자만 응시를 허용했다.
면접위원의 절반 이상을 외부인으로 위촉해야 함에도 내부위원으로만 구성한 경우도 있었다. 공고한 채용 기간을 임의로 단축하고, 우대 기준에 맞지 않게 가점을 부여하며, 증빙자료 검증·확인 없이 채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권익위는 이러한 부실 채용 절차를 고의적 또는 상습·반복적으로 진행한 선관위 직원 28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혐의는) 허위 공문서 작성이나 공무집행 방해”라고 밝혔다. 비위가 확인된 총 353건 중 312건은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정 부위원장은 “400~500명 정도가 수사를 받아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선관위 채용 담당자들과 합격자들 사이에 부정 청탁이 오갔거나 가족 관계인지는 조사되지 못했다. 애초 문제 제기된 선관위 고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등 논란의 핵심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정 부위원장은 “(선관위 직원) 전원에 대해 개인정보 동의를 요청했는데 동의한 것(비율)이 41%에 불과하다”며 “60% 이상이 거부해 그 점은 전혀 조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구체적인 인사 관련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이었다고 권익위는 주장했다. 권익위는 “부정 합격의 책임 소재나 특혜 여부는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선관위 채용 비리의 제도적 원인으로 ‘국가공무원 채용 제도와 다른 자의적인 채용 제도 운용’ ‘자체 감사를 통한 자정 활동 미흡’을 지목했다. 권익위는 “중앙선관위는 지난 7년간 인사 지도점검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제도 개선 방안을 선관위에 제안했다. 임기제 공무원 1년 채용 후 정규직 전환 금지, 채용 공고 없이 1인만 응시해 합격하는 ‘비다수인 채용’ 폐지, 선관위별로 제각각인 채용 공고문과 서류·면접 심사표 표준화 등이다. 정 부위원장은 “선관위가 대부분 수용했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권익위의 채용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존중한다”며 “선관위는 향후 인사 분야의 감사 기능을 감사부서로 이관하고, 채용 관련 규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높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다만 권익위 조사 결과 중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우리 위원회가 소명한 부분이 반영되지 않는 등 양 기관 간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향후 진행될 수사 기관의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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