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언론장악은 ‘전두환식 언론 쿠데타’”···해직 방송기관장들 공동성명
보도지침화 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 듯“
윤석열 정부 들어 해직된 방송 관련 기관장들이 정부의 언론 장악 행태를 ‘전두환식 언론 쿠데타’에 비유했다. 4인의 해직기관장은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윤 정부에 맞설 것을 선언하고, 야당·언론계 원로들과 간담회를 열어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섰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위원장, 남영진 전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전두환식 언론 쿠데타에 맞서며’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저희는 오늘 언론의 자유 그리고 방송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파괴되고 유린되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해 이 자리에 섰다”며 “지난 5월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해임 이후 3개월 사이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을 비롯한 비판언론에 자행한 폭거는 가히 쿠데타적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의 목표는 단순히 KBS나 MBC의 경영진을 교체해 정권의 도구로 만드는 데 그치는 것 같지 않다”며 “그들의 진정한 목표는 ‘보도지침’과 ‘언론통폐합’으로 상징되는 전두환 시대의 언론환경으로 퇴행하는 데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직 방송기관장들은 “비판보도를 하는 언론인은 검찰 수사 등을 동원해 겁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사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시켜버리며,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명분으로 언론사의 보도내용에 일일이 개입함으로써 권력의 뜻에 맞지 않는 보도를 상시 검열하고, 나아가 그것을 보도지침화 하는 언론환경 조성이 이 정권의 최종 목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이 정권이 많은 위법행위를 저지르면서까지 수신료 분리 징수 결정과 공영방송 이사진 해임 등을 밀어붙인 일련의 과정은 헌법적 가치에 대한 침해 정도, 동원된 위법의 정도, 그리고 향후 언론계에 미칠 파장의 정도에 비춰볼 때, 언론에 대한 ‘쿠데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저희는 이 ‘언론 쿠데타’가 끝끝내 성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이자,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임을 알고 계신 국민들께서 이를 결코 묵과하지 않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직 기관장들은 “그러기 위해서는 현 정권 언론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언론계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철저히 인식하고 행동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자유롭고 비판적인 언론이 부재할 때, 시민사회의 중요한 의제 설정 기능에 미칠 영향과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일반 시민들이 감당할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각자가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다할 때 ‘언론 쿠데타’를 저지하고,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 그리고 우리가 소중히 가꿔온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직 기관장들은 기자회견 후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 위원, 야4당 공대위원, 언론계 원로, KBS·방문진 이사 등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언론 탄압 현안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권 전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방통위가 지난달 21일 한 해임처분을 1심 본안사건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하도록 결정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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