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68회 검사하고도 암 발견 못해…한의사 초음파 사용 금지해야"
"'보조적 수단' 표현으로 갈등 유발…현명한 판단 기대"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파기환송심을 사흘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한의사들의 현대 의과 의료기기 사용은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법원에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협은 11일 협회 대회의실에서 '한의사 초음파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들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진단의 보조적 수단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아닌 직접적 사용을 금한다는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며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대 의과 의료기기 사용은 보건위생상 중대한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은 한의사 박모씨가 2010년 3월~2012년 6월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자궁내막증식증을 앓고 있던 환자 A씨의 신체 내부 촬영, 자궁 내막 상태 확인 등 진료를 한 혐의로 기소된 것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의사 박씨는 2년여 간 A씨에게 68회 초음파 검사를 했고 한약을 처방했다. 하지만 병에 차도가 보이지 않자 A씨는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다. '큰 덩어리가 보이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전원 권유를 받은 A씨는 서울시보라매병원에서 자궁내막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이에 홍순철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궁내막암은 골반초음파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보일 때 자궁내막 조직 검사로 확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2년이 넘는 진료 기간 동안 한 번도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초음파 검사를 제대로 수행하고 판독하는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초음파 자체가 환자에게 유해한지 무해한지의 논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검사를 통해 얻어지는 영상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검사"라고 말했다.
황성일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초음파 검사의 자궁내막암 진단 민감도는 문헌상 약 90%로 알려져 있다"며 "정상적인 의사가 68회의 독립 시행에서도 이를 찾아내지 못하는 확률은 사실상 0%"라고 지적했다.
1심과 2심은 2016년 박씨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8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함에 한의학적 이론이나 원리 응용 또는 적용을 하는지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지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해 발명·제작됐으며 의사만이 독점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한의사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초음파 진단기기는 대법원의 판단처럼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기기가 아니라 1차적으로 환자의 건강 및 질병의 상태를 진단하는 의료기기"라며 "보조적인 수단이 어디까지인지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갈등을 유발시켰다"고 주장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무려 68회의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도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쳐 환자를 위험에 빠트리게 한 사례만 봐도 한의사들이 체계적으로 학습 및 실습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대 의과 의료기기 사용은 보건위생상 중대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이번만큼은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대한 파기환송심은 지난달 24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성복)는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박씨에 대한 선고를 연기하고 변론재개 결정을 내렸다. 연기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은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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