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 직전 단계" 김하성 호평, 탈모 견디고 ML 정상급 우뚝…韓 최초 GG 역사 보인다

김민경 기자 2023. 9. 1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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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성.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올스타가 되기 직전 단계까지 왔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11일(한국시간) 팀 내 리드오프이자 주전 2루수인 김하성(28)이 빅리그 최정상급 단계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멜빈 감독은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수비부터 공격, 주루까지 김하성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은 정말 좋은 무언가의 시작이다. 올스타가 되기 직전 단계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김하성이 장래에 올스타가 되길 기대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하성이 이런 평가를 받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김하성은 지난 9일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힘들고 압박감이 심했던 빅리그 데뷔 시즌 이야기를 털어놨다. 김하성은 2021년 시즌 63경기에 출전했을 때쯤 머리 안쪽에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동그란 민머리가 보였다. 동전 크기의 원형 탈모였다.

김하성은 "그때가 내 야구 커리어에서 정신적으로 정말 바닥을 찍었을 때였다. 나는 메이저리그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라 생각했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나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럴 만했다. 김하성은 야탑고를 졸업하고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9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부터 대형 유격수 유망주로 평가를 받았다. 주전 유격수였던 강정호가 2014년 시즌을 마치고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로는 2020년까지 줄곧 주전 유격수이자 히어로즈 간판 선수로 활약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3시즌 연속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2020년에는 타율 0.306(533타수 163안타), 30홈런, 109타점, 23도루로 맹활약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373억원) 계약을 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까지 언제나 상승 곡선만 그리는 삶을 살았다.

빅리그의 높은 진입 장벽은 상상 이상이었다.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니스 주니어,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 이전에 김하성이라는 존재를 각인시키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 김하성이 처음 미국에 갔을 때 '한국에서 3할-30홈런-20도루를 한 선수'로 눈길을 끌었는데, 데뷔 시즌 117경기에서 타율 0.202(267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 OPS 0.622에 그치자 물음표가 잔뜩 붙었다. 특히 시속 150㎞ 이상 강속구에는 대응하지 못하는 타자라는 인식이 커졌다.

타석에서 물음표가 커질 때 김하성이 빅리그 로스터에서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단단한 수비였다. 2021년 당시 샌디에이고 내야 수비 코치였던 바비 디커슨(현 필라델피아 필리스 코치)은 "김하성은 열정이 넘치는 선수였고, 늘 귀를 기울이는 선수였다"고 추억하며 스프링캠프부터 그런 좋은 태도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갔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디커슨 코치는 내가 빅리그 수준의 수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다. 코치님과 특별한 관계였다고 생각하고, 선수로서 정말 많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 김하성.
▲ 김하성.

김하성은 덕분에 메이저리그에서도 유격수, 3루수, 2루수 등 어느 포지션에서도 자기 몫을 해내는 빼어난 수비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주전 유격수였던 타티스 주니어가 부상과 금지약물 복용으로 시즌을 통째로 날렸을 때 김하성이 대체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빼어난 수비력이 뒷받침돼서다. 김하성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력을 펼쳤고, 꾸준한 기회 속에 타석에서도 조금씩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해 나가면서 150경기, 타율 0.251(517타수 130안타), 11홈런, 59타점, OPS 0.708을 기록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3년차인 김하성은 이제 샌디에이고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로 평가받는다. 김하성은 구단이 지난 시즌 뒤 FA로 영입한 잰더 보가츠에게 주전 유격수는 내줬지만, 올해 주전 2루수로도 빼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유틸리티 능력을 더 인정받게 됐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은 올 시즌 한국인 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타격은 더 무르익었다. 139경기에서 타율 0.271(484타수 131안타), 17홈런, 57타점으로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까지 세웠다.

3년 동안 쌓인 자신감을 바탕으로 빠른 발의 장점까지 살리고 있다. 올해 34도루로 한국인 빅리거 한 시즌 최다 기록을 달성했다. 홈런 3개를 더 치면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은 충분히 2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로 성장했다"며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 b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6.0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7위에 올라 있다. 데뷔 시즌 압박감을 못 견디고 한국으로 돌아갔다면 이룰 수 없었던 일이다. 김하성은 정신적으로 흔들리면서도 "이제 첫 시즌일 뿐이니까. 스스로 도전해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 지켜보고 싶었다"고 했는데, 최상의 결과와 마주하게 됐다.

샌디에이고는 올해 사실상 가을야구 진출은 어려워졌다. 67승77패를 기록해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7위에 머물러 있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3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8경기차까지 벌어져 있어 좁히기 쉽지 않다. 김하성은 팀 성적의 아쉬움을 골드글러브와 20-20으로 만회할 수 있을까. 둘 중에 무엇을 이루든 한국인 내야수 최초의 역사를 쓴다.

▲ 김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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