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 SGLT2 억제제, 당뇨 환자의 심근경색 후 사망 위험 낮추는 효과

연구진은 사망과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이 SGLT2 억제제 미사용 그룹에서 13.9% 발생한 데 비해, SGLT2 억제제 사용 그룹에서는 9.8%에 머물러 SGLT2 억제제 조기 사용이 위험 발생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급성 심근경색을 경험한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약인 SGLT2 억제제를 조기 투여하면 사망을 포함한 심혈관 사고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정민 교수와 순환기내과 권오성 교수,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명준표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를 미국심장학회 학술지에 게재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14~2018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 2814명을 대상으로 SGLT2 억제제 조기 투여와 심장관련 위험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는 효과를 나타내 당뇨병 치료제로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SGLT2 억제제를 조기에 사용하면 심장을 보호하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급성 심근경색과 관련해 발표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SGLT2 억제제와 다른 혈당강하제를 투여받은 환자들을 ‘SGLT2 억제제 사용 그룹’(938명)과 ‘SGLT2 억제제 미사용 그룹’(1876명)으로 나눴다. 이어 두 그룹에 대해 사망 및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을 평가한 종합 평가지표와 사망·심근경색·허혈성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 사고 발생률을 추적 관찰했다.

두 그룹을 비교 분석한 결과, 추적관찰 기간 중 SGLT2 억제제 미사용 그룹에서는 사망과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이 13.9% 발생한 데 비해, SGLT2 억제제 사용 그룹에서는 9.8% 발생해 차이를 보였다. 주요 심혈관 사고 발생률도 SGLT2 억제제 미사용 그룹은 11.6%, SGLT2 억제제 사용 그룹은 9.1%로, SGLT2 억제제를 조기 사용한 그룹의 위험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심장 및 신장 기능 보호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당뇨병 치료제 SGLT2 억제제가 심근경색 후 실질적인 심장 보호 효과가 있음을 세계에서 첫 번째로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권오성 교수는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SGLT2 억제제가 심장병 환자에게 조기에 사용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