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들오들 떨고 있을 인도 달 착륙선…왜 난방장치 안 달았을까
지구 추락 대비 ‘방사선 차폐 기술’ 까다로워
안정적 착륙 실행·단기 임무 감안 가능성
#어두운 하늘과 황량한 벌판 위에 다리 4개가 달린, 책상이나 밥상처럼 생긴 물체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물체 주변의 풍경은 이채롭다. 햇빛이 비치는 쪽은 눈이 부시도록 빛나지만, 햇빛 반대편에는 칠흑 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인도 우주선 찬드라얀 3호에서 분리돼 달에 내린 착륙선 ‘비크람’과 착륙지의 모습이다. ‘사진 촬영자’는 비크람 동체에서 빠져 나온 소형 탐사차량 ‘프라그얀’이다.
비크람과 프라그얀은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내린 탐사 장비다. 월면에서 온도가 깊이에 따라 크게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황이 존재한다는 점도 알아냈다. 달 남극은 얼음이 있을 가능성이 커 유인 기지의 1순위 후보지다.
그런데 비크람은 지난 4일, 프라그얀은 하루 앞선 3일에 작동 스위치를 내렸다. 착륙한 지 열흘 남짓 만에 탐사가 정지됐다는 뜻이다. 이유는 달에 밤이 찾아와서다. 달에선 낮과 밤이 14일 주기로 바뀐다. 밤에는 태양광을 이용해서 전기를 만들 수 없고, 당연히 착륙선이나 탐사차량에 실린 전자장비도 돌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과학계에선 달에 낮이 다시 찾아오는 오는 22일 비크람과 프라그얀이 ‘부활’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대체적인 전망은 “다시 살아나긴 어려울 것이다”에 기울어 있다.
이유는 추위다. 햇빛이 없는 달 남극 밤의 온도는 영하 100도 이하로 내려가는데, 비크람과 프라그얀 내부에는 열을 일으키는 ‘방사성 동위원소 난방장치(RHU)’가 달려 있지 않다. 낮이 돌아와 태양광으로 다시 발전을 시작해도 정작 비크람과 프라그얀 내부의 전자장비가 추위로 망가져 정상 작동과 탐사는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인도가 자국의 달 착륙선과 탐사차량에 RHU를 달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ISRO는 지난 4일 비크람 전원을 내리면서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크람의) 수신기는 계속 작동할 예정”이라며 “오는 22일 그들이 깨어나기를 바란다”고 밝혔을 뿐이다.
RHU는 사실 사용된 지 50년도 더 된 오래된 기술이다. 10일 미국 과학전문지 스페이스닷컴 등에 따르면 1970년 달에 착륙한 구소련의 달 착륙선 ‘루노호트 1호’에 RHU가 장착됐다. 2013년 달에 착륙한 중국의 창어 3호에도 RHU가 달려 있었다. 달의 밤을 넘겨 오랜 기간 탐사를 하려면 꼭 필요한 장비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주선에 RHU를 실으려면 이륙 도중 지구에 추락할 것에 대비한 높은 수준의 방사선 차폐 기술이 필요하다”며 “인도는 달에서 수행할 핵심 임무가 14일 이상 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굳이 RHU가 필요 없다고 봤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비크람 착륙 과정에서 과학계와 세계인의 이목이 쏠린 대목은 달 남극에서 얼음을 찾아낼 수 있느냐보다 수많은 충돌구가 존재하는 험한 달 남극 지형에 착륙선을 안정적으로 착지시킬 수 있느냐였다. 이 교수는 “RHU를 장착하면 우주선의 무게가 증가하고 다른 탐사 장비를 실을 공간이 줄어드는 일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강추위를 이겨내고 오는 22일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비크람과 프라그얀이 부활한다면 달이 유인기지로 쓰일 터전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더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식수와 로켓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얼음을 찾기 위한 탐사를 진행할 추가 시간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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