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1무 4패+일본전 대패' 독일, 플릭 경질→클린스만 '깜짝 후보' 선정...지단-반 할-클롭과 나란히

한유철 기자 2023. 9. 1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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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한유철]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독일 축구 사령탑 후보에 올랐다.


독일은 최근 한지 플릭 감독을 경질했다. 독일축구연맹(DFB)는 10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협회장의 선택에 따라 DFB의 주주총회와 감독위원회는 오늘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플릭 감독과 두 명의 코치들을 즉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성적 부진'이 이유였다. 노이엔도르프 협회장은 “위원회는 최근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인 남자 대표팀에 새로운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우리는 자국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선수권대회(유로)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번 결정은 지금까지 임기 중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나는 플릭 감독과 그의 코치들을 축구 전문가이자 사람으로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DFB의 최우선 과제는 성공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불가피했다”라며 플릭 감독과 플릭 감독의 사단을 경질한 이유를 밝혔다.


'전차군단' 독일은 2010년대 세계 축구를 주름 잡았다. 요아힘 뢰브 감독의 지도 하에 최전성기를 맞이했고 여러 메이저 대회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UEFA 유로 2008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시동을 걸었고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에서 3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달성하는 등 세계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당시 독일은 준결승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7-1로 대파하는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주며 전 세계에 충격을 선사했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던 '뢰브 천하'도 끝은 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진출한 독일은 스웨덴, 멕시코, 대한민국과 한 조가 됐고 강력한 1위 후보였다. 하지만 독일은 스웨덴과 대한민국에 패하며 1승 2패를 기록 '최하위'로 탈락을 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치러진 유로 2020에서도 16강에서 도전이 멈추자 심각성을 깨달은 DFB는 뢰브 감독을 경질하고 플릭 감독을 데려왔다.


플릭 감독은 많은 기대를 받았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2019-20시즌 트레블을 달성하는 등 지도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감독 경력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DFB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그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플릭 감독 밑에서도 '악몽'은 계속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스페인, 일본, 코스타리카와 한 조가 된 독일은 스페인과 함께 '99%' 16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독일은 스페인과 비기고 일본에 패하며 1승 1무 1패를 기록, 조 3위로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DFB는 플릭 감독을 믿었다. 이에 많은 국민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플릭 감독 체제의 유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성적은 그런 DFB조차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난 3월 벨기에전부터 최근 치른 일본전까지 독일은 5경기에서 1무 4패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상대한 팀이 벨기에, 우크라이나, 폴란드, 콜롬비아, 일본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이긴 하지만, 독일의 전력을 감안했을 때 이기지 못할 팀은 하나도 없었다.


그중에서 일본전의 충격은 너무나 컸다. 지난 월드컵에서 일본에 1-2로 패하며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한 독일은 10개월 만에 설욕을 다짐했다. 하지만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독일은 안방에서 일본에 무려 14번의 슈팅을 허용했다. 놀라운 점은 일본이 시도한 14번의 슈팅 중 무려 11번이나 유효 슈팅으로 이어진 것이다. 독일은 90분 동안 3번의 유효 슈팅을 시도하는 데에 그쳤다. 전반 11분 이토 준야에게 선제 실점한 독일은 르로이 사네가 동점골을 넣긴 했지만, 곧바로 우에다 아야세에게 추가골을 허용했고 후반전엔 아사노 다쿠마와 다나카 아오에게 쐐기골을 내주며 1-4 대패를 당했다.


패배 직후 독일에서는 플릭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동안의 경기력과 결과도 챙기지 못했던 모습에 생긴 부정적인 여론에 일본전 대패가 기름을 부은 것이다. 독일 현지 언론들은 앞다퉈 플릭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빌트’는 플릭 감독의 경질이 발표되기도 전부터 플릭 감독의 대체자를 나열했다. 그 중에는 현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도 있었다.


이는 국내에서도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한 소식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올해 3월부터 파울루 벤투 감독에 이어 축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관련 소식이 나올 때에도 국내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로서는 '레전드'임에는 분명했지만, 감독으로서 업적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3위를 한 것도 당시 수석코치였던 뢰브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태도 문제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을 때에도 미국 자택에 머무르며 대표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재택근무'의 전신인 셈이다.


헤르타 감독 시절엔 더욱 심했다. 당시 그는 SNS 라이브로 돌연 사퇴를 선언하는 기행을 벌였다. 이는 구단과 사전에 합의된 내용도 아니었을 뿐더러 자신의 파트너에게조차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결국 이 일로 인해 헤르타는 침체기에 빠졌고 클린스만 감독은 자국인 독일에서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쉴 틈 없이 논란을 만들고 있다. 부임 이후 6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클린스만 감독이 정작 한국에 머무른 기간은 두 달 정도다. 클린스만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 일보다 ‘ESPN’의 패널로 등장해 토트넘 훗스퍼와 인터 마이애미의 경기를 분석하거나, 해리 케인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는 등 다른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A매치 기간 동안 치러진 레전드 매치에는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이 포함돼 있어 더욱 논란이 됐다. 당연한 것이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 경기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름이 포함된 것만으로도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 추첨식에도 등장해 의문을 남겼다. 이런 모든 것들은 대표팀 관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들이다. 지난 웨일스전에선 답답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공분을 샀으며 경기 직후, 아론 램지에게 유니폼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물론 가능성은 낮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과의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 있으며 독일 내에서는 신뢰를 잃었기에 DFB 역시 이 부분을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빌트'가 나열한 감독 후보도 클린스만 감독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올리버 글라스너, 미로슬라프 클로제, 펠러, 위르겐 클롭, 마티아스 잠머, 클린스만, 루이스 반 할, 로타어 마테우스, 지네딘 지단, 율리안 나겔스만 등이 언급됐다. 지단과 반 할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독일 국적을 지닌 감독들이었다.


독일 대표팀 역대 감독들 중 독일 국적이 아닌 인물은 없었다. DFB는 1대 감독이었던 네르츠 감독부터 플릭 감독까지 모두 독일 감독으로 선임해 전통을 이어갔다. 이런 점에서 명성과는 별개로 반 할 감독이나 지단 감독이 후보에 오른 점은 주목할 만하다. 대개 축구 강국들은 자신들의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강한 편인데, 이웃 국가이자 경쟁자인 네덜란드와 프랑스 출신의 감독들이 후보에 오른 것이다.


그럼에도 반 할 감독과 지단 감독이 후보에 오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반 할 감독은 오랫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업적을 달성했다. 아약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며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네덜란드를 이끌고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8강에 올랐다. 하지만 반 할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이후 감독직에서 물러났고 현재 건강 문제로 인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지단 감독은 UCL 3연패라는 뛰어난 업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레알을 제외하면 지도자 경력이 짧다는 것과 대표팀 감독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우려점이다. 또한 지단 감독 스스로는 독일보다 프랑스 대표팀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경질은 DFB 123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독일 ‘스카이 스포츠’는 플릭 감독의 경질에 앞서 “플릭 감독은 일본과의 불명예스러운 경기 이후 퇴출 위기에 놓였다.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되는 건 DFB 123년 역사상 처음이다. 전임자 10명 중 누구도 DFB에 의해 경질된 감독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1927년 DFB가 선발한 첫 번째 감독이었던 오토 네르츠 감독부터 최근 사임한 뢰브 감독까지 모두 자진 사임했다. 자신의 의지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이다. 플릭 감독은 처음으로 DFB가 직접 경질한 감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안게 됐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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