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세등등 "모리야스 혼자서 플릭 커리어 파괴"...참패 독일, 123년 만에 감독 경질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기세등등할 만하다. 일본이 '전차군단' 독일의 수장을 끌어내린 데 자긍심을 표출했다.
독일이 또 일본에 무너졌다. 지난 10일 볼프스부르크 폴크스바겐 아레나로 일본을 불러들여 A매치 평가전에 임했던 독일은 일본에 1-4로 완패했다.
독일은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만나 1-2로 무릎을 꿇었다. 이를 설욕하기 위해 리벤지 매치를 그것도 안방 경기로 성사했는데 이번에는 점수차가 더 벌어졌다. 완전히 자존심이 구겨진 하루였다.
독일은 일본을 압박하지 못했다.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볼 점유율은 높에 가져갔지만 일본의 프레싱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이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시작 11분 만에 이토 준야(랭스)가 선제골을 터뜨리면서 반복된 승리를 예고했다.
독일도 이번에는 쉽게 물러서지 않으려는 듯 8분 뒤 르로이 사네(바이에른 뮌헨)가 동점골을 뽑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의 저항은 이게 전부였다. 이후에는 일본의 짜임새 있는 역습에 골망이 계속 흔들렸다. 동점골 이후 3분 만에 우에다 아야세(셀슬 브뤼헤)에게 재차 실점한 게 컸다.
독일은 후반 들어 다양한 교체카드로 반전을 도모했다. 그때마다 일본은 적합한 대응으로 리드를 유지했다. 독일의 볼 점유율을 의미없게 만든 일본의 경기 운영은 후반 45분 아사노 타쿠마(보훔)의 세 번째 골과 종료 직전 다나카 아오(뒤셀도르프)의 골까지 이어지면서 예상 밖 스코어로 마무리됐다.
월드컵에 이어 또 다시 자존심을 구긴 독일은 아시 국가를 상대로 처음 3점차 패배를 당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에 패하고 일본에 연달아 무너지면서 전차군단의 명성에 확실히 금이 갓다.
악몽을 벗어나기 위해 독일축구협회는 강단있는 선택을 했다. 즉시 한지 플릭 감독을 경질했다. 독일축구협회가 성적 부진을 이유로 대표팀 감독을 끌어내린 건 123년 역사상 처음이다. 플릭 감독이 트레블을 달성했던 지도자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안긴다.
독일 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 수석 코치를 거친 플릭 감독은 2019년 11월 처음 감독직에 올랐다. 시작은 감독대행 역할이었다. 흔들리는 바이에른 뮌헨의 소방수로 급한 불을 끄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감독 자질이 상당했다. 빠르게 팀을 안정화시키더니 2019-20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모두 석권하는 트레블을 이뤄냈다. 이후 독일 슈퍼컵과 UEFA 슈퍼컵,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까지 우승하면서 바이에른 뮌헨의 6관왕 위업을 썼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독일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과 유로 2020 부진으로 구원자가 필요했다. 바이에른 뮌헨을 살려냈던 플릭 감독을 임명하면서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소속팀과 대표팀을 운영하는 건 또 달랐다. 플릭 감독은 시원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고 지난해 월드컵에서 일본, 스페인에 밀려 재차 조별리그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래도 지휘봉을 내려놓지 않았던 플릭 감독은 올해 들어 A매치 4연속 무승에 빠지더니 일본에 참패를 당하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결단을 내린 베른트 노이엔도로프 회장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독일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플릭 감독을 경질하는 건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성공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플릭 감독의 경질은 연이은 일본전 패배가 방아쇠를 당겼다. 이를 지켜본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저격 능력에 환하게 웃고 있다. 월드컵에 이어 또 다시 플릭 감독과 전술 대결에서 이긴 데 보이는 찬사다.
일본 매체 'THE ANSWER'는 "플릭 감독을 해고시킨 모리야스 감독의 노트가 다시 화제"라며 "월드컵 때부터 모리야스 감독은 데스노트를 가지고 있다"고 조명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경기 내내 벤치에서 일어나 주요 대목을 작은 노트에 필기한다.
위기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노트를 펼치는 모습에 월드컵 때도 관심을 불러모았는데 독일을 잡으면서 더욱 가치가 상승했다. 매체가 모은 반응을 보면 "모리야스 혼자서 플릭의 커리어를 파괴했다", "모리야스가 노트에 쓴 건 해고 통지서였을 것", "모리야스말로 데스노트를 가지고 있다" 등 일본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하며 모리야스 감독을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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