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의 수도권 위기론? 실제로는 민주당이 더 위기 [최병천의 인사이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2023. 9. 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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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선거 결과’로 본 수도권 위기론의 허와 실
민주당 수도권 의석수 ‘85% 점유’…‘혁신 공천’ 공간 큰 與, 다선 의원 쳐내기 어려운 野

(시사저널=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지금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수도권 위기론'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수도권 위기론이 공론화되고 있지는 않다. 수도권의 정당 지지율만 보면 민주당도 '위기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 가장 최근 한국갤럽 조사(8월 5주 차)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서울에서 국민의힘 36%, 민주당 26%다. 민주당은 무려 10%포인트를 뒤지고 있다. 반면 인천·경기에서는 국민의힘 30%, 민주당은 33%다. 민주당이 3%포인트 앞서고 있다. 

중요한 질문은 3가지다. 첫째, 역대 선거 결과에서 수도권 성적표는 어땠는가? 둘째, 역대 선거 결과의 특징은 무엇인가? 셋째, 각 정당의 기회 요인과 위기 요인은 무엇인가? 하나씩 살펴보자. 

8월29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사회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00년 이후 민주당 5승 1패, 독일까 약일까

첫째, 역대 선거에서 수도권 성적표는 어땠을까? 2000년 이후 총 여섯 번의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표》는 여섯 번의 총선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양당의 당명이 자주 바뀌었기에 '국민의힘 계열'과 '민주당 계열'로 통일했다. 제3세력이었던 친박연대, 민주노동당, 정의당, 창조한국당 등은 기타 정당으로 표시했다. 2000년 이후 여섯 번의 총선에서, 민주당은 5승 1패를 했다. 국민의힘은 단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지금 여론과 무관하게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을 느낄 필요가 있다. 

둘째, 여섯 번의 총선 결과에서 알 수 있는 특징은 무엇일까? 크게 3가지 특징이 있다. ①민주당 계열의 평균 점유 비율은 60.7%였다. 국민의힘 계열의 평균 점유 비율은 36.9%였다. 대략 6대4 비율로 민주당이 우위였다. 

②취약한 중간심판론이다. 여섯 번의 수도권 선거 결과를 보면, 중간심판론은 근거가 매우 취약하다. 집권당이 패배했던 '중간심판'이 작동한 경우는 두 번에 불과하다. 2012년 총선과 2016년 총선이다. 나머지 네 번의 총선은 모두 집권여당이 승리했다. 물론 집권여당이 승리했던 선거는 시기마다 사연이 있었다. 2004년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역풍, 2008년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실시된 선거, 2020년 총선은 코로나 방역에 대한 외신의 호평 등이 크게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중간심판론'은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③마지막 특징은 꾸준히 증가한 수도권 의석수다. 2000년 총선에서 수도권은 97석이었다. 2020년 총선에서는 121석이 됐다. 무려 24석이 늘어났다. 2000년에 수도권 비율은 35.5%였다. 2020년에는  40.3%가 됐다. 약 5%포인트가 상승했다. 수도권 중에서도 경기도가 크게 늘어났다. 2000년 총선에서 경기도는 41석이었다. 당시 서울 의석은 45석이었다. 2020년 총선에서 경기도는 59석이 됐다. 당시 서울 의석은 49석이었다. 경기도는 무려 18석 늘었다. 서울은 4석 늘었다. 

그간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획정 원칙으로 최저 인구와 최대 인구 비율의 축소를 추진했다. 2004년에는 3대1까지 허용됐고, 최근에는 2대1까지 허용되고 있다. 농촌 의석 비율은 줄고, 수도권은 늘어났다. 수도권 의석 비율 증가는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높은 수도권 점유율, 혁신 공천 없으면 부메랑

그렇다면 각 정당의 기회 요인과 위기 요인은 무엇일까. 민주당 입장에서는 두 가지가 기회 요인이다. 반대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두 가지가 위기 요인이다. 먼저 전체 지역구 의석 중 절반이 수도권이다. 2020년 총선 기준 전체 의석은 300석이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수도권은 121석이다. 지역구 중에서 수도권 점유율은 48%다. 지역구 의석의 약 절반이 수도권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비수도권' 지역구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편이다. 호남과 대구·경북은 의석수가 비슷하다. 부산·울산·경남(40석)과 충청권(28석)에서 최소 30~40석은 뒤질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에서 만회하는 게 중요하다. 

또 하나의 요인은 2000년 이후 여섯 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5승 1패를 했다는 점이다. 수도권은 역대 선거에서도 '민주당에 우호적인' 투표 성향을 보였다. 박정희 정부 시절에는 여촌야도(與村野都) 현상이 있었다. 여당은 농촌 지역, 야당은 도시 지역에서 표를 많이 받았다. 고학력 도시 중산층이 '권위주의 세력'에 비판적인 투표를 했다. 윤석열 정부가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게 되면 심판투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민주당 입장에선 위기 요인이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기회 요인인 두 가지다. 첫 번째 요인은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장기집권'을 했다는 점이다. 수도권 민주당 국회의원 중에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3연임을 한 의원이 많다. 2024년 총선을 고려하면, 해당 지역 유권자 입장에서 12년간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는 경우다. 게다가 민주당에서는 2004년부터 배지를 단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지역구 유권자 입장에서 약 20년을 접하는 경우다. '피로도'가 높아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민주당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85% 점유율'이다. 85%는 지난 총선 수도권에서 민주당 의원 점유율이다. 2000년 이후 민주당의 6회 평균 점유율은 60.7%다. 의석으로 치면 68석이다. 현재는 103석이다. 단순하게 평균과 비교하면 35석이 날라가게 된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의석수는 180석이었는데, 35석을 제외하면 145석이 된다. 원내 과반에 미달한다. 

반대로, 이 두 가지 요인은 국민의힘 입장에서 기회 요인이다. 국민의힘이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발굴할 경우 '내부 저항' 없이 혁신 공천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85%의 점유율과 장기집권에 따른 내부 저항으로 혁신 공천이 쉽지 않다. 어제의 성공의 역사가 내일의 성공의 덫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지금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수도권 위기론'의 결과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구도는 정해져 있다. 구도에 맞게 누가 어떤 전략과 전술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질 수도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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