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위해서라면… 미, 과거 적과도 동침

■ 베트남과 포괄적 파트너십 체결
외교관계 가장 높은 단계로 격상
바이든 “과거 아픔 극복한 발전
중국을 억제하는 건 원치 않다”
첨단기술 지속 통제 뜻은 시사

바이든, 베트남 국빈방문… 조 바이든(앞줄 왼쪽) 미국 대통령이 10일 응우옌 푸 쫑(〃오른쪽)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주재로 베트남 하노이 대통령궁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가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중국의 뒷마당’ 베트남을 국빈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가장 높은 외교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과거 아픔을 극복하고 발전의 미래를 포용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미국 행정부가 현재 유일한 전략 경쟁 상대로 지목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의 적인 베트남과 손을 더욱 강하게 잡은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억제할 의향이 없다”면서도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거나 군사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물질을 중국에 팔지 않겠다”며 ‘디리스킹’(위험 억제) 전략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베트남의 최고수준의 파트너십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발전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양국의 미래, 전 세계에 가장 중요한 도전에 맞서는 양국 관계의 강점을 반영하는 중요 단계”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양국이 전쟁이 남긴 유산을 극복하기 위해 수십 년간 신뢰·이해를 쌓고 노력해 왔다”며 “과거 아픔을 극복하고 두 나라 국민 화합에 기반을 둔 발전의 미래를 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공산당 외교위원회는 두 정상의 회담이 끝난 뒤 평화·협력·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양국 관계를 격상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이 그동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는 한국·인도·러시아·중국 등 4개국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 포위망 구축을 가속하면서도 중국을 억제할 의향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중국과 관계를 분명히 하고 싶을 뿐”이라면서도 “중국에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 능력을 강화하는 물질을 팔거나 대다수 사람이 역내 긍정적 발전이라 생각하는 것과 반대되는 군사활동에 관여하는 것을 하지 않겠다”고 첨단기술 통제를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국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서 인도와 중동, 유럽을 철도·해운 등으로 연결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을 출범하는 등 대중 포위망 구축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