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은 무슨...'123년 역사상 첫 경질' 독일, 후계자 현지 반응 '클롭 or 지단' 압도적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독일 현지에서는 한지 플릭의 후계자로 위르겐 클롭과 지네딘 지단을 원하고 있다. 다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독일축구협회(DFB)는 10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플릭 감독은 국가대표팀 사령탑에서 경질됐다. 주주총회 및 감사위원회는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회장의 제안에 따라 플릭 감독과 두 명의 코치를 즉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노이엔도르프 DFB 회장은 "위원회는 국가대표팀의 최근의 실망스러운 결과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우리는 독일에서 열릴 유로 2024를 위해 새로운 분위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내가 지금까지 내린 결정 중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플릭 감독을 존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포츠의 성공은 DFB의 최우선 과제다. 그러므로 결정은 불가피했다"며 플릭 감독을 경질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플릭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로 인해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은 13일에 있을 프랑스와의 친선전을 감독 없이 준비해야 한다. 이에 DFB는 루디 푈러, 하네스 볼프, 산드로 바그너 공동 체제로 프랑스전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그 사이 DFB는 최대한 빠르게 후임자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플릭 감독의 초라한 추락이다. 플릭 감독은 2006년부터 요아힘 뢰브 전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일했다. 이때 독일 축구는 다시 한번 전성기를 열었다. 유로 2008 준우승, 2014 국제축구연맹(UEFA) 브라질 월드컵 우승 등을 경험하면서 플릭 감독은 독일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수석코치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독일 대표팀 단장으로서 일했지만 2019년 친정팀인 바이에른 뮌헨으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뮌헨을 이끌던 인물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성공적인 업적으로 감독이 된 니코 코바치였다. 플릭 감독은 수석코치로 코바치 감독을 보좌하는 역할이었지만 4개월 만에 뮌헨 감독대행이 되면서 전면에 나서게 됐다.
플릭 감독대행 체제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때부터 뮌헨은 세계 최강의 전력을 가진 팀다운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플릭 감독대행 체제에서 뮌헨이 정상적인 경기력을 넘어 유럽 최고의 팀다운 파괴력을 보이자 뮌헨 보드진은 플릭 감독에게 달려있던 대행 꼬리표를 떼버렸다.
플릭의 뮌헨은 2019-20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DFB-포칼컵에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까지 달성하면서 트레블까지 이뤄냈다. 역대 8번째 트레블 감독이 됐다. UEFA 슈퍼컵, 독일 슈퍼컵, FIFA 클럽 월드컵까지 우승하면서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 이후 최초로 6관왕 업적을 달성했다.
뮌헨 역사상 최고의 업적인데도 불구하고, 플릭 감독은 뮌헨에 오래있지 못했다. 구단 수뇌부와의 충돌이 잦았기 때문이다. 결국 2020-21시즌 도중에 뮌헨과 결별하게 됐다.
유럽 축구계가 6관왕 업적을 달성하면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감독을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플릭 감독은 한때 자신이 보좌했던 뢰브 감독의 후임자로 독일 국가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앉았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결론이지만 플릭 감독은 독일에서 초반만 반짝했을 뿐 계속해서 하향세를 거듭했다. 하락세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건 UEFA 네이션스리그였다. 이탈리아, 잉글랜드, 헝가리라는 만만치 않은 조편성이었다고 해도 1승 4무 1패라는 성적은 독일이 만족할 수 없는 성과였다.
이때부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성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등장했지만 한 수 아래의 전력인 일본과 코스타리카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더 우세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어이없는 1-2 역전패를 당했다. 스페인과 1-1로 비기면서 조별리그 탈락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코스타리카전을 이겼지만 골득실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두 대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결과를 마주한 플릭 감독은 위기에 내몰렸지만 DFB는 플릭 감독 지지를 선언했다.
협회 차원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플릭 감독은 일어서지 못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페루와의 친선전을 승리한 뒤로 5경기 연속 승리가 없다. 유럽 강호 중 하나인 벨기에한테 2-3으로 패배하는 건 이해할 수 있는 결과지만 우크라이나전 3-3 무, 폴란드전 0-1 패, 콜롬비아전 0-2 패는 여론을 최악으로 몰고 갔다.
홈에서 일본에 당한 1-4 참사는 플릭 감독을 경질로 내몰았다. 독일이 아시아권 국가를 상대로 홈에서 1-4 대패를 당한 건 역사상 처음이다. 독일이 1-4로 패배한 것 또한 2006년 이탈리아전 이후로 처음이었다.
일본전 이후 플릭 감독은 "난 내가 여전히 독일 감독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축구는 다이내믹하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일단 나와 코칭스태프는 선수단을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자신을 변호했다.
이어 "이해하기 힘들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준비를 잘해가고 있다.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다. 준비한 것에 자신이 있다. 나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해갈 것"이라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플릭 감독은 독일 축구 역사상 감독직에서 경질된 첫 사례가 됐다. 독일 '스카이 스포츠'는 "독일을 맡았던 전임자 10명 중 누구도 협회에 의해 경질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플릭 감독의 경질이 발표된 후 독일 '빌트'는 플릭 감독 대체자 후보군 10인을 공개했다. 매체는 올리버 글라스너, 미로슬라프 클로제, 푈러, 위르겐 클롭, 마티아스 잠머, 루이스 판 할, 로타어 마테우스, 지네딘 지단, 율리안 나겔스만 그리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당연히 현지에서는 클롭 리버풀 감독과 야인 생활을 보내는 지단 감독을 원하는 중이다. 독일 '바바리안 풋볼'은 '빌트'에서 공개한 차기 사령탑 후보 10인을 대상으로 적합도를 평가했다. 1티어부터 4티어까지 나눠서 진행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며 1티어로 기대된 사람은 클롭 감독과 지단이었다. 클롭 감독에 대해선 "클롭이 훌륭한 후보지만, 리버풀은 아마도 그를 떠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클롭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코치할 의사도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독일인인 클롭 감독이 독일 대표팀을 맡는 그림이 매우 좋아보이지만 클롭 감독은 리버풀과 2026년 6월까지 계약된 상황이다. 리버풀 입장에서는 제2의 전성기를 연 클롭 감독을 시즌 도중에 내보내는 걸 절대로 원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클롭 감독이 떠날 기미조차 없다.
가능성만 비교하자면 클롭 감독보다는 지단이지만 이조차도 낮다. 지단 또한 "그는 독일 선수들의 망가진 멘털리티를 고칠 수 있지만 독일어를 말하지 못한다. 아마도 프랑스 감독이 되는 걸 더 선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후에 아직까지도 쉬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PSG), 프랑스 국가대표팀 등과 연결됐지만 모두 불발됐다. 그래도 최근 지단은 "조만간 감독직에 복귀하고 싶다. 아드레날린이 그립다. 지난 2년간 아드레날린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곧 그렇게 될 것이다. 축구를 즐길 때 축구 없이는 살 수 없다"며 다시 축구계로 돌아오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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